한동훈, 당대표 취임 146일 만에 퇴장"최고위 붕괴로 당대표직 수행 불가능"與 '구원 투수' 자처했지만 두 번째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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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퇴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며 여권의 '구원투수'로 평가받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계 입문 1년 만에 퇴장하게 됐다. 한 대표는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한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는 당대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한 대표는 또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고 실망하셨겠나"라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이어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들께 많이 죄송하다.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거듭 몸을 낮췄다.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불법으로 간주하면서 결국 국민의힘이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자평했다.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국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한 대표는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한 대표는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우리 젊은 국민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었다"며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너무 두려웠다.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한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 동시에 해낸 위대한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그제 의원총회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양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젊은 기자 한 분이 저에게 당대표직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잠깐 많은 생각이, 제 인생의 많은 장면이 스쳐 갔다"면서도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아울러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께 감사드린다. 비판해 주신 국민께도 감사드린다. 당원 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
- ▲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선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경기 고양=이종현 기자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9회 말 2아웃'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의 '구원 투수'를 자처하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그는 총선 마지막까지 선거 운동에 온 힘을 쏟아부었지만,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떠안았다. 초라한 성적표로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은 한 대표는 정계 입문 100여 일 만에 쓸쓸히 퇴장했다.하지만 한 대표는 지난 6월 '패장 불가론'에도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대표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세에도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한 대표는 탄탄한 '팬덤'과 '여의도 문법 거부'로 차별화를 꾀하며 단숨에 스타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지만, 오히려 이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톡톡 튀는 화법 등 '사이다 발언'이 민주당 등 야권을 향하지 않고 내부를 향하면서 당내 인사들의 반감을 샀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책임 정치'를 중요시한 기존 여의도 정치와 달리, "제가 계엄을 선포했느냐", "제가 투표했느냐" 등의 발언은 그를 향한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1년 만에 두 번째 퇴진을 맞이하게 된 만큼,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이나 회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총선 참패 책임론의 압박에서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쾌거를 이룬 경험이 있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재기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겪은 보수 진영은 '보수 괴멸', '보수 분열'을 경계하고 있어 통합과 탕평 차원에서 복귀할 기회가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