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0만 원대 우산 가져간 60대에 기소유예헌재 "절도 고의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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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식당에서 남의 우산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가져간 60대에게 검찰이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청구인 A(64) 씨가 검찰을 상대로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A 씨는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20만 원 상당의 검은색 장우산 1개를 가져갔다.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A 씨를 피의자로 지목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A 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사정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없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A 씨는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으로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며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절도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 당시 A 씨가 62세였던 점과 사건 발생 3년 7개월여 전 기억력 저하로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검사를 받은 점 등도 근거가 됐다.헌재는 "A 씨와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은색 장우산으로 색상과 크기 등 외관이 유사하다"며 "청구인의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했다는 주장이 비합리적이진 않다"고 판단했다.이어 "피해자의 우산은 청구인의 우산과 달리 손잡이에 비닐 포장이 있으나 사소한 부분으로 충분히 착오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우산에는 '벤츠'라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돼 있었긴 했지만, CCTV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에서 해당 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헌재는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처분에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