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결과 발표LH 직원들, 각종 향응 수수하고 건설사에 특혜
  • '순살자이'라는 오명이 붙은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 아파트 공사 관리·감독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수십여 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LH직원들은 건설사의 부실시공을 눈감아 주거나 각종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주요 감사결과'를 8일 공개했다. 지난해 4월29일 LH에서 건설 중이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1, 2층(무량판구조)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감사요구와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결과다.

    감사원은 ▲무량판구조 주차장 부실건설의 원인 ▲전관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등 관리의 적정성 ▲직무관련 전관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 3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 LH는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적용하면서 구조설계 검수·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량판구조란 건축물 천장 구조의 한 형태로 슬래브(바닥 판), 수평 보(girder, 梁),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존의 라멘구조에서 수평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LH는 구조 지침과 구조도면 비교를 통해 건설사의 부실시공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무량판구조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LH의 안일한 태도도 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감사원은 LH가 무량판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 등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방법 등을 제대로 충분히 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단보강근은 수평 보가 없어짐에 따라 무량판구조에서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슬래브에 설치하는 철근이다.

    LH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시공사는 현장에서 전단보강근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시공방법을 알지 못했고, 결국 도면 작성 시 전단보강근을 누락하거나 설치 위치를 오기하는 등의 설계오류와 시공상세도를 누락하거나 잘못 작성하는 시공오류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 ▲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뉴데일리DB
    ▲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뉴데일리DB
    LH가 전관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골프 접대를 받는 등 유착 관계를 맺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LH 충북지역본부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와 관련, 2회에 걸친 설계변경 승인 시 시공건설사가 설계변경(17억여 원 증액)을 요청한 원인이 원설계의 오류 때문임을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벌점은 누적에 따라 최소 2개월(20∼35점)에서 최대 2년(150점 이상)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가능한데, 이를 눈감아준 것이다.

    화성비봉(A-4 3공구)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의 경우 발급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LH가 해당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다.

    고성남외지구 등 3개 지구의 전관 시공·감리업체의 경우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데도 LH는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해 이를 미발급하는 등 관련 업무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다.

    LH경기·인천·서울지역본부에서 근무한 직원은 직무관련 업체로부터 상품권 80만원 수수, 4500만원의 현금 신고 누락, 직무관련자와 4회에 걸친 해외골프여행(카자흐스탄, 베트남) 후 미신고, 음주운전에 따른 형사처벌 후 미신고 등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LH부산울산지역본부와 대전충남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한 차장급 직원 3명은 공사 발주 담당, 관할 아파트 공사현장의 공사감독 또는 공사관리관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연 등으로 얽힌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 차례 골프를 치면서 회원제 및 군(軍) 골프장 예약편의와 할인혜택, 식사 등의 향응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무량판 구조설계 검수 업무와 시공 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한 LH 관련자 13명과 관련 규정을 위반해 전관 업체에 벌점 등을 미부과하거나 품질미흡통지서를 미발급하는 등 공사·용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당하게 처리한 LH 관련자 11명 등 총 24명에 대해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LH에 요구했다.

    LH 승인 없이 무량판 구조설계(구조도면 작성)를 부당하게 하도급한 17개 건축사무소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전관 등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회원제 골프장 할인 등 금품·향응 수수 또는 전관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 9명은 엄중하게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요구했다. 관련자 9명 중 4명에 대해 관할 법원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통보했다.

    구조설계 하도급 대금 지급 증빙을 변조하거나 하도급 대금을 되돌려받은 3개 건축사무소 관련자 3명과 전관 등 직무관련 업체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한 LH 전·현직자 2명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수사요청했다.

    LH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감사원 지적사항 중 건축설계 부당 하도급 방지 등 추가 절차 이행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이행을 완료했다"며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은 즉시 이행하고,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관 등 직무관련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관련자들은 적발 즉시 직위 해제했으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