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데드라인' 넘겼는데…전공의 출근율 8%법조계 "전공의에 강한 처분 내리진 않을 것"업무개시명령 의료파업 유·무죄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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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지만 의료진 출근율은 여전히 8%에 머무르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예고에도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료계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을 우려한 정부가 칼을 빼들을 것을 예상한 것이다.

    ◆의대 증원 확정됐지만 전공의 출근율은 여전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출근율은 8%(1만501명 중 839명)를 밑돌았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부분이 정부가 정한 '데드라인'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시기와 범위,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미복귀 전공의) 처분 절차를 언제 재개할 것인지, 재개한다면 시점과 수위를 어떻게 할 것인 지에 대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831명에게 의료법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의료법 59조 1항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병원 및 의사에게 지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폐업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한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사법적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의료인의 결격 사유에 해당돼 의료인 면허를 취소한다고 규정한다. 

    면허 재교부 규정도 까다로워졌는데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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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의협 파업 주도 여부가 쟁점될 것"

    법조계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기소될 경우 파업에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의협 지도부가 의료진의 집단 행동에 얼마나 주도적으로 관여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의협 주최 집회에 제약사 직원들을 강제 동원한 의혹에 대해서도 강요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지도부는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7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및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강원도의사회 소속 의사 1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고 파업에 동참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동찬 변호사는 "개인의 경우 정부가 처분을 못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업무개시명령 위반 자체만으로는 강한 처분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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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갈등에 세 차례 발동된 '업무개시명령'

    앞서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영리병원 추진,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사태까지 총 세 차례의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2000년 의약분업(진료·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는 제도)에 반대한 의사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5차례 집단 휴업을 강행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재정 의사협회 회장과 한광수 회장 직무대행은 2005년 9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고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의협이 의사들에게 의사대회 당일 휴업을 강제하고 참석 서명 및 불참사유서 제출을 요구한 행위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 등 3명의 의료법 위반 혐의는 업무개시 명령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이후 2007년 김 전 회장과 한 전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특별사면됐고 2009년 의사면허를 재교부 받았다.

    반면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등을 반대해 집단 휴진을 주도한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 등 2명은 무죄를 확정 받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휴업을 자율적인 결정으로 판단했다. 의협이 휴업 여부를 투표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투표에는 과반이 넘는 의사들이 참여했고 그 결과 76.6%가 휴업에 찬성했다.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에도 의료계는 집단 휴진에 나섰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시 의대생들도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고 집단 휴학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기하고 재응시 기회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