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스프레이 4개 뿌리고 '기후 시위'대법 "조형물 효용 해하는 행위 아냐"
  •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2021년 2월18일 경기도 성남시 두산 본사 건물 앞 광장에 설치된 '두산(DOOSAN)'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뒤 시위를 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2021년 2월18일 경기도 성남시 두산 본사 건물 앞 광장에 설치된 '두산(DOOSAN)'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뒤 시위를 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비판하기 위해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기후활동가의 행위를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0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후활동가 2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 200만 원을 선고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명은 지난 2021년 2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참여를 비판할 목적으로 경기도 성남시 본사 건물 앞 광장에 설치된 '두산(DOOSAN)'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 4개를 뿌렸다. 

    이후 조형물 위에 올라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기습 시위를 벌인 뒤 미리 준비한 스펀지로 스프레이를 닦았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면서 스프레이는 다 닦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활동가들의 행위가 조형물을 손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기후 위기를 알리는 표현의 수단으로 이 사건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바로 세척하는 행위를 했다"며 "조형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그 효용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소사실 중 재물손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재물손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낙서행위가 모두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하거나 낙서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도로에 스프레이를 뿌린 경우에는 그로 인해 차로 구분 및 지시 표시 등 기능에 효용을 해했다면 재물손괴가 인정될 수 있다. 사안마다 유·무죄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