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협회, '미국 대선' 주제로 외교·안보 세미나 개최"차관보급 NCG, 효과성 제한 … 장관급 격상해야""확장억제 제도화 핵심 SPG 완성해야 … 트럼프 통제""트럼프, 한미훈련·전략자산 전개비 요구할 것"
  •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 공화당 프라이머리 야간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프라이머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표부 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 공화당 프라이머리 야간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프라이머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표부 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AP/뉴시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양국 국방부 차관보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양국 국방장관 연례 회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새 작전계획(작계) 수립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G)을 완성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 "NCG, 美의 비핵동맹국에 최고 수준의 확장억제 제도화"

    한국국방연구원 출신(KIDA) 안보 전문가인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3일 한미협회(회장 최중경)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외교·안보 세미나에서 소위 '트럼프 리스크'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이같이 제안했다.

    그동안 동맹을 거래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동맹경시 기조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박빙' 구도를 보인다. 그러자 한미 양국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합의한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방부 차관보급 NCG, 효과성 의문 …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박 교수는 "한미가 작년 워싱턴선언 이후 NCG를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 제도화를 이뤘다. 그 내용을 공개하진 못하지만 미국의 많은 비핵동맹국도 한국 수준의 확장억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라며 "한미 양국이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을 앞두고 상반기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인데 그 가이드라인의 수준이 국방부 차관보(정책실장)급이다. 정책실장이 서명한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제도적인 효과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NCG를 장관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NCG는 원래 한미 양국 국가안보실(NSC)이 주도했으나, 오는 6월 서울에서 예정된 제3차 회의부터는 양국 국방부 차관보급인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가 주관한다. 1~2차 회의에서는 '을지자유의방패'(UFS) 한미 연합훈련에 '핵작전 시나리오'를 반영하기로 합의하는 등 핵작전 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

    한미는 NCG가 본격적인 운영 단계에 접어드는 오는 6월 3차 회의에서는 △핵 관련 민감 정보 공유 방식 △보안 체계 구축 △핵 위기 시 협의 절차·체계 수립 △양국 정상 간 보안 인프라 구축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가동 등을 포함한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증강된 확장억제 체제 구축을 완성할 예정이다.

    ◆ "확장억제 제도화 핵심은 SPG, 연말 SCM에서 완성돼야 … 트럼프도 못 흔들어"

    올해 연말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략기획지침(SPG)을 상정·승인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작계 수정·보완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SPG를 완성해야 의미 있는 작계를 만들어 확장억제 제도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한미 확장억제 제도화의 수준이 높지만 아직 작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등장하더라도 확장억제의 기본적인 부분을 흔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제도화의 핵심이 바로 SPG다. 만약 이것이 안 된다면 한국의 핵무장론은 불꽃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 한미협회(회장 최중경)가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외교·안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RF) 상임연구위원, 이강덕 KBS N 사장,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한과 교수(통일학연구원장)와 제임스 카라파노 미 헤리티지재단 총재·상임고문(화상참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한미협회(KAA) 제공
    ▲ 한미협회(회장 최중경)가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외교·안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RF) 상임연구위원, 이강덕 KBS N 사장,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한과 교수(통일학연구원장)와 제임스 카라파노 미 헤리티지재단 총재·상임고문(화상참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한미협회(KAA) 제공
    ◆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조기 착수, '트럼프 변수' 해소에 불충분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종료기한을 2년가량 앞두고 차기 SMA를 위한 협상에 조기 착수했지만, '트럼프 변수'를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그동안 한미 양국은 기존 SMA가 종료되기 1년 전부터 차기 SMA 협상을 시작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에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히 트럼프 변수를 생각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미가 제12차 SMA를 체결하더라도 트럼프는 거칠게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SMA 협상에서 한미 연합훈련 비용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SMA와 상관없는 두 가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방위비는 주한미군을 한국에 이전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경비를 말하며 주한미군기지 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 비용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SMA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측 논리였다.

    이어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인 전쟁연습이라고 생각하며 왜 미국이 그 비용을 대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지난 협상에서 한국은 '그 두 가지 비용은 SMA 범위 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먼저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논리로 거부했다"며 "우리가 바이든 행정부와 SMA를 잘 협상해도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SMA 범위 밖인 이 비용들을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한 대가 괌에서 한국을 왕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32억 원이다. B1B가 두 대씩 날아오므로 B1B가 한 번 출격하는 데 64억 원 정도가 든다"며 "트럼프 2기 정부가 우리에게 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2기 첫해에 방위비협상 시작? 나토에 앞서 '시범 케이스' 될 우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의 관심사는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 첫해에 SMA 협상이 시작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시범 케이스'가 돼버릴 수 있다"며 "이러한 비용 문제로 인해 한미 동맹이 약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카라파노 미 헤리티지재단 총재·상임고문은 "수많은 유권자가 부채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미국 역사상 거의 처음이다. 실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임시직이고, 만성적인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많다. 유권자들에게 실제 급여나 재정 상황에 영향을 주는 인플레이션, 늘어나는 부채, 정부지출이 경제적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부채가 늘어나길 원하는 마음으로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파노 상임고문은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경제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차기 행정부로서는 국내 현안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인플레이션, 국가부채 등 경제 문제와 국경 문제와 불법 이민 등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가장 급한 대외정책(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전쟁 등)을 먼저 처리하고 그외 이슈들은 차순위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첫 2년인 2025~2026년의 트럼프 액션이 중요하다.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과 '나쁜 딜'을 하는 첫 2년은 2026년 한국 대선 캠페인 기간과 맞물리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