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소득 기준 없이 장기전세주택 우선권 부여자녀가 있는 무주택 신혼부부 4만3810가구 혜택안정적인 거주 여건 마련돼야 출산율 상승 입증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1호점 개관식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형 키즈카페 시립 1호점 개관식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서울시
    서울시가 소득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저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최근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의 소득 제한이 규정된 '공공주택특별법' 등 상위법 내 소득 기준 완화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형 저출생 극복 모델'을 제안했다. 집행기관이 아닌 시의회에서 저출산대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심각한 서울시의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책 마련을 시에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서울시의 저출산은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는 신혼부부거나 자녀를 출산할 예정인 가구라면 누구나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도록 제안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2인가구 기준 월 600만 원)여야 하는데 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산만 하면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입주 자격을 준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민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인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2022년 기준 서울시의 자녀가 있는 무주택 신혼부부는 4만3810가구다.

    서울시의회는 신혼부부나 자녀 출생 예정 가구, 혹은 최근 1년 이내에 자녀를 출생한 가구에 연간 4000가구를 우선 배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3자녀 이상인 가구는 대출이자를 서울시가 전액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의장은 "소득 기준 제한으로 젊은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출생해도 저출산정책에서 소외되는 상황"이라며 "저출산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소득 기준을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서울 용산구 '용산베르디움프렌즈' 청년안심주택.ⓒ송학주 기자
    ▲ 서울 용산구 '용산베르디움프렌즈' 청년안심주택.ⓒ송학주 기자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안심주택 사업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4396가구의 청년주택 가운데 자녀가 있는 가구는 총 255가구(6.6%)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청년주택 입주 후 출산한 가구는 177가구(4.6%)로 조사됐다. 입주 당시 유자녀 가구는 78가구(2.0%)에 불과했는데 청년주택 입주 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청년주택 중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곳은 용산구의 '용산베르디움프렌즈'였다. 신혼부부 414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입주 당시 30가구였던 유자녀가구가 입주 후 139가구로 늘었다. 출산율은 무려 26.4%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출산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서울 청년주택에서는 오히려 출산율이 높아진 것이다. 주거환경이 안정된 입주자들이 임신과 출산에 따른 우려를 덜게 된 점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자를 모집한 '제43차 장기전세주택'은 1순위에서 평균경쟁률 11.7 대 1을 기록했다. 입주자와 예비입주자 총 1148가구 모집에 1만3496건이 접수됐다.

    이 중 오는 7월부터 입주 가능한 주택이 361가구(입주자)이고, 나머지 787가구(예비입주자)에는 임차인이 아직 살고 있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3월 평균경쟁률 3.7 대 1보다 3배 이상 경쟁률이 뛰었다.

    게다가 입주 자격 역시 까다롭다. 장기전세주택은 일반공급·우선공급·특별공급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반공급 입주 자격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 구성원으로서, 신청면적별로 가구당 일정 소득, 부동산, 자동차 기준을 갖춰야 한다.

    전용 85㎡ 이하 주택은 신청면적별로 소득조건, 거주지, 청약종합저축 가입 횟수 등에 따라, 전용 85㎡ 초과 주택은 청약종합저축 예치 금액 및 가입기간에 따라 청약 순위가 결정된다. 우선공급 대상은 노부모 부양자, 2자녀 이상 가구,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70% 이하, 국가유공자 등이다. 특별공급 물량은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이런 어려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해 입주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거나 자녀를 출산할 예정인 가구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년간 집값 상승으로 불안정해진 주거상황은 공공임대주택·공공분양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렵다"며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캠페인 차원에서 신혼부부 및 저출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