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뉴스에 민주당 연상 '파란색 1' 등장與,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 혐의'로 제소
  • ▲ 지난달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 뉴스 화면 캡처.
    ▲ 지난달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 뉴스 화면 캡처.
    방송 중 느닷없이 파란색 '1'을 강조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키는 일기예보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MBC가 "(국민의힘 등이) 날씨 정보에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실을 곡해했다"고 유감을 표하자, MBC 안팎에서 "해당 그래픽과 기상캐스터의 언행은 누가 봐도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했다"며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성 방송'을 한 MBC 뉴스 제작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MBC, 1번 찍으라고 선거운동하나?"


    지난달 27일 '뉴스데스크' 날씨뉴스에서 '쿵'하는 효과음과 함께 커다란 파란색 숫자 1이 내려오고, 기상캐스터가 "지금 제 옆에는 (제)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1,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며 '1'을 거듭해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은 방송 직후 <노골적인 '미세먼지 1'‥1번 찍으라고 선거운동하나?>라는 성명으로 "해당 일기예보는 선거운동방송으로 착각할 만큼 '편파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서 MBC노조는 "이 방송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미세먼지 수치 '1'이 이렇게 강조해야 하는 숫자였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MBC노조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담당자에게 확인했더니 어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을 가리킨 적이 없었다"며 "강동구의 새벽 1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1을 가리킨 적은 있어도 27일 서울 중심권 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당 18마이크로그램이었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당 11마이크로그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예보 당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을 가리킨 적이 없다"고 주장한 MBC노조는 "새벽 1시 특정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이렇게 강조해서 쓸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도 미세먼지 농도라고 표현하면서"라고 거듭 의혹을 제시했다.

    MBC노조는 "더욱 놀라운 것은 보통 방송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예보할 때는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등으로 '등급'으로 표현하지, 이처럼 숫자로 예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갑자기 숫자 1을 접한 시청자들은 1이라는 숫자에 어리둥절하거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가짜뉴스는 교묘하게 팩트와 허위사실을 섞어 시청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유포되는 특징이 있고 이를 'misinformation' 혹은 'disinformation'이라고 하는데,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MBC는 날씨코너 기획회의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반박했지만 뉴스 전체의 신뢰도와 공정성에 영향을 준 일인 만큼, 다른 의도가 없었는지 특별감사 등을 통한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처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를 운영하면서 기자들의 상호 견제와 감독이 가능한 뉴스시스템에 초고와 출고본을 올리지 않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한 MBC노조는 "앞으로 데스킹을 한 사람을 실명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통해 날씨를 '개인적 감상(感想)'이나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이용하려는 시도 자체를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란 숫자 1… MBC가 선 넘은 것"


    MBC노조에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선거운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공영방송에서 나온 미세먼지 보도가 선거캠페인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며 "대뜸 기상캐스터만한 크기의 파란색 숫자 1이 등장하더니 연신 숫자 1을 외쳤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타난 '파란색 숫자 1'은 누가 보더라도 무언가를 연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며 "오죽하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겠나"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튿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MBC가 민주당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며 "그동안 극도로 민주당을 위한 편향방송을 해온 MBC이지만,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은 "사람 키보다 큰 '파란색 1' 대신 '빨간색 2'로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며 "미세먼지를 핑계로 1을 넣었다고 하던데, 2를 넣을 핑계도 많이 있다. '어제보다 2도 올랐다'고 넣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 노골적인 국민의힘 선거운동 지원으로 보이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 위원장은 "'데스킹'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생각 안 하고 방송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국민께서 보고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MBC 뉴스가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한 것은 선거방송 심의규정 제5조 공정성 제2항과 제12조 사실보도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노골적인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월 27일 자 '뉴스데스크' 기상예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제소했다.

    MBC새기자회도 성명을 통해 "MBC 뉴스가 다시 한번 불공정보도 논란을 일으켰다"며 "'파란색 숫자 1' 논란을 명확히 해명할 것"을 MBC 뉴스 제작진에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MBC새기자회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거대한 파란색 숫자 1과 '키 보다 더 큰 1', '서울은 1'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말과 손짓은 누가 보더라도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며 ▲보도 당일인 2월 2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을 가리킨 적이 없는데 왜 '1'이라고 보도했는지 ▲왜 특정 정당을 연상시킬 수 있는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제작했는지 ▲'키 보다 더 큰 1', '서울은 1'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멘트와 손짓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등을 캐물었다.

    MBC새기자회는 "담당 국장은 편집회의에서 이 사태를 '어이없는 논란'으로 규정했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반응"이라며 "많은 유권자들은 이미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됐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날씨 보도에 '정치적 의도' 전혀 없어"


    이처럼 사내 안팎으로 논란이 커지자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9일 <"미세먼지 1"‥왜?>라는 제하의 해명성 리포트를 내고, 자신들의 날씨 보도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A기후환경팀장은 "여느 2월과 달리 미세먼지가 적고 공기질이 깨끗한 날이 계속된다 싶더니 실시간으로 대기정보가 전송되는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에 그제 27일 서울 초미세먼지농도 최저값이 세제곱미터 당 1 마이크로그램까지 떨어졌다고 나타났다"며 "자치구별로 살펴봤더니 강동구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등 서울 곳곳에서 오전 시간대 초미세먼지 농도가 1 이 기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2월에 초미세먼지 농도 세제곱미터 당 1 마이크로그램이 올 2월처럼 자주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강조한 A팀장은 "이에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 기획 회의에선 이를 부각해 설명하기로 했다"며 "날씨 정보에 그날의 초미세먼지 농도 극값을 내세우는 건 종종 해왔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5월 11일과 올해 1월 6일 '뉴스데스크'의 기상예보를 사례로 든 A팀장은 "색상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파란색을 입혔다"며 "환경부 표에 따르면 농도가 낮으면 파란색, 보통이면 녹색이다가 농도가 높아질수록 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뀐다"고 부연했다.

    A팀장의 리포트가 끝나자 성장경 앵커는 "MBC가 평일 오후 2시에 방송하는 뉴스외전 스튜디오에는 숫자 2가 커다랗게 떠 있다"며 "뭔가 다른 게 연상되시냐"고 물었다.

    성 앵커는 "1이라는 숫자는 무수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희의 이번 날씨 보도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뉴스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경청하고 더 좋은 뉴스를 전해드리려고 노력하는 건 저를 포함한 언론 종사자의 당연한 책무이고, 하나의 뉴스를 어떤 맥락으로 해석하는가 역시 시청자의 몫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다만 "전혀 관련 없는 날씨 정보에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실을 곡해한 이번 사례는 매우 뜻밖이고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MBC 뉴스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이런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장황한 변명'으론 책임 피할 수 없어"


    이 같은 '뉴스데스크' 제작진의 해명에, MBC새기자회가 지난 1일 두 번째 성명을 내고 "설득력 없고 장황한 변명으론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숫자 1'을 강조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제대로 밝힐 것"을 재차 촉구했다.

    MBC새기자회는 "이날 A기후환경팀장은 과거 날씨 뉴스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극값을 소개한 사례를 찾아서 제시했지만 그 과거 사례를 봐도 '최저값 1'을 건조하게 전달했을 뿐 이번처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게 숫자 '1'을 키우거나 반복해서 강조한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MBC새기자회는 "또 그날 서울 강동구 등 4곳의 자치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1이 기록됐다고 했는데 서울시의 자치구는 모두 25곳"이라며 "21곳의 다른 자치구에서는 1까지 떨어지지 않았고 '서울은 1'이라고 단순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MBC가 '1'이라는 숫자를 강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억지스럽게 초미세먼지 농도까지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추정한 MBC새기자회는 "'키보다 더 큰 1'이라는 그래픽이 '최신형 3D 컴퓨터를 활용해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는 자랑은 안타깝기까지 하다"며 "최신형 3D 컴퓨터까지 동원해 생동감 넘치는 편파보도, 한국 방송사 최초의 정치적 일기예보를 했다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MBC새기자회는 "앞서 왜 이런 식의 그래픽이 제작됐는지, 그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 그 경위를 물었으나 A팀장의 설명으로는 알 길이 없다"며 "이어진 성장경 앵커의 '유감 표명'은 더 가관이었다"고 비판했다.

    MBC새기자회는 "성 앵커는 '2시 뉴스외전' 스튜디오의 커다란 숫자 2를 보여주며 '뭔가 다른 게 연상되는가'를 물었는데, 뭐가 연상되겠는가? 그냥 2시에 시작하는 뉴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라며 "시작 시간을 강조하는 뉴스 프로그램은 다른 방송사에도 여러 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2시 뉴스외전' 오프닝 때 갑자기 거대한 '빨간 숫자 2'가 쿵 하고 진행자 옆으로 떨어지고, 진행자가 '지금은 2'라고 손가락 2개를 펼치면서 뉴스를 시작한다면, 그것도 총선이 불과 40일 남은 시점에 그런다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MBC새기자회는 "MBC가 '정치 논란' 날씨 방송을 한 게 처음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MBC새기자회는 "성 앵커는 '날씨 코너가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됐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다음날 MBC 유튜브 날씨 채널 '오늘 비와?'는 출근길 날씨 동영상에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배경으로 '속상하지만 괜찮아… #봄이야'라고 제목을 붙였다"고 밝혔다.

    또 "2022년 5월 31일엔 MBC 낮 12시 뉴스가 전국 주요 도시 3곳의 날씨를 전하면서 서울, 광주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넣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고 되짚은 MBC새기자회는 "MBC 뉴스는 생활 정보인 일기예보에서조차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노골적으로 '숫자 1'을 강조한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밝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