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 안정과 총선 승리 위해 이바지" 취임 9개월 만에 사퇴내년 총선서 울산 출마 여부는 안 밝혀… "모든 책임 저의 몫"윤재옥 원대대표가 당분간 직무대행 → 비대위 띄우는 시나리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종현 기자
    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여파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으면서 여권 총선 구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을 언급하며 역할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김기현 "사명감 다해 일했지만, 소임 내려놔 송구"

    거취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던 김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3월8일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당 대표직에 당선됐으나, 서울 강서구청장보궐선거 패배 이후 자신이 직접 띄운 혁신위원회와 갈등으로 취임 9개월 만에 당권을 내려놓게 됐다.

    김 대표는 "많은 분께서 만류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다. 더이상 저의 거취문제로 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며 "저도 이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만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출마 여부와 관련한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직무대행 대신 비대위 유력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체제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아 총선을 이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윤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른 최종 의결권은 선대위가 아닌 지도부가 갖는다. 김 대표만 떠난 채 현재의 최고위를 유지하면 혁신 의지 자체가 퇴색할 수도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 대표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의결권이 최고위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김기현이라는 간판은 바뀌어도 내부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당 대표의 궐위 또는 기타의 사유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할 때는 2년인 당 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가 직을 승계한다.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

    지난 3월8일 당선된 김 대표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지만,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당대회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나 최고위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할 경우 대표권한대행이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당분간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한동훈·원희룡 장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자천 타천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중 이른바 '스타 장관'인 한동훈·원희룡 장관의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김 대표 체제로 가는 방향으로 굳어졌을 때도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천 계양을 등 험지 출마, 한 장관은 비례대표 순번을 받은 후 전국선거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국민의힘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바 있다.

    김한길·한동훈·원희룡 역할론 주목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비대위 카드가 모든 이슈를 무력화하는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변화하면 (비대위원 선임 등) 보름 정도 시간을 허비해 물리적으로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있는데, 반대로 비대위를 띄우면서 보름 정도의 뉴스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다"며 "비대위로 가면 국민의힘이 연말 연초에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동훈·원희룡 비대위와 관련해서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처럼 국민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재등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비대위로 간다면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분, 예를 들면 인요한 전 위원장 같은 분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인 진보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팀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당 입장에서는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