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축소하고 교권 강화 방침… 교육감·학교장 책무 명시사생활 자유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보편적 인권 부분은 제외전문가들 "새 조례안 상당히 진전 있어… 교권 추락문제 해결되길"
  • 지난 8월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 지난 8월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실종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를 외치면서 교사를 폭행하는 세상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는 과도한 학생인권 존중으로 수년째 뭇매를 맞고 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교육감의 방탄에 막혀 개정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개정 예시안을 공개하면서 교육계에 새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교권 회복에 방점을 둔 새 조례안의 등장으로 논란의 학생인권조례안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교육부가 7개 시·도교육청에 지난 11월29일 배포했다. 조례 예시안에는 교육 3주체(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이 명시됐다. 민원과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처리·중재절차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 학생인권조례가 주로 학생인권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조례 예시안은 학생·교원·보호자의 책임과 권리가 고루 담겼다. '교권 보호'에 힘이 실린 것이다. '교육감의 책무' 제5조 1항에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극성 민원과 학부모 갑질을 예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장의 책무' 6조 3항은 학교의 장은 학교 민원 처리의 책임자로서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학교 내에 민원대응팀을 꾸려 교사가 직접 민원에 응대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보호자는 학생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 학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으나, 학교는 민원이 교육활동과 무관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되면 답변을 거부하고 종결할 수 있다.

    학생의 책무를 강화한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 7조 2항은 학생이 교사가 정한 학생생활지도 방식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교원의 경우는 권리와 권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교원의 권리‧권한과 책임' 8조 1항은 교원이 생활지도 등 교육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악성 민원에는 응대 거부가 가능하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전 학생인권조례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의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교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보편적인 인권부분은 제외했다"며 "학생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지난 7월 27일 오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월 27일 오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힘 실리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론… "새 조례안, 미봉책이지만 상당히 진전"

    학교구성원 조례안의 등장에 교육계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사이에서는 환영한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은 "기존 학생인권조례안은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키고 유발하는 측면들이 있었다"며 "(학생인권조례로) 교권 침해는 물론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조례안은 교육 3주체(학생·교원·보호자)가 함께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명시했고, 헌법에 준하는 형태로 만들어 의미가 크다"고 박 위원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위원은 이어 "(이번 조례안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현장이 정상화되는 부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학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을 보호해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균 경기교육바로세우기시민연합(경세연) 대표도 "이번에 공개된 조례안을 보니 (기존 조례안에 비해) 어느 정도 진일보한 것 같다"며 "미봉책이라고 보지만 상당히 진전이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임 대표는 "학교구성원 조례안을 어떻게 운영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길 희망"했다. 

    김혜영 서울시의원(교육위)은 "기존 학생인권조례 탓에 교권 추락 등의 문제가 많았는데 (새 조례안 덕분에) 앞으로 많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단순히 학생에 치우친 것이 아닌 3주체 모두가 보호받고 상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마련된 만큼 학교구성원 조례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학생인권조례의 대체 조례안을 마련했다"면서 "조만간 긴급 의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체 조례안은 오는 8일 교육위 안건으로 상정된 후 오는 22일 본회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희원 서울시의원(교육위) 역시 "학교구성원 조례안은 모든 주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일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시의원은 "폐지안의 시기와 조례안이 성립되는 시기가 잘 맞물리느냐가 관건"이라며 "유예기간 동안 어떻게 절충할지는 대안이 없는 상태라 이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례안에 명시된 민원 대응 조항과 관련, 이 시의원은 "민원 전문인들이 완충 시스템 역할을 함으로써 교사들이 직접적인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