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력 연 8000만원, 간호사·임상심리사 연 5000만원, 보조 상담 연 4000만원지방 공공병원들 '억대 연봉 + 아파트' 파격 조건에도… 전문의 유치 힘들어중독은 우울·불안·정신적 학대로 인한 경우 많아… 대학병원급 전문의 필요해"돈도 안 되고 몸만 고생" 마약 치료 전문의 기피… 의료계 "아무도 안 갈 것"
  • ▲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간담회에 의료진들이 모여있는 모습.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간담회에 의료진들이 모여있는 모습.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시민의 마약류 중독을 통합관리하는 '서울시마약관리센터' 조성사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하반기에 개소하는 '서울마약관리센터'는 총 13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의사(정신건강의학과) 2명 △간호사 2명 △임상심리사 2명 △임상병리사 1명 △정신건강 전문요원 3명 △보조 상담인력 1명 △연구인력 2명 등이다.

    정신과 전문의에게는 연 3억원의 보수가 지급된다. 간호사·임상심리사 등은 연 5000만원, 보조 상담인력은 연 4000만원, 연구인력은 연 80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조건으로 전문인력을 '모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지방 공공병원의 경우 의사 구인난 속에 억대 연봉과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세우고 있으나 전문의 채용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더욱이 의사들 사이에서 마약중독 치료 전문의는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돈도 안 되고 몸만 고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드라마에서 흉부외과가 전문의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와 비슷하다. '사명감'만으로 견디기에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의사의 경우 개원하면 보통 한 달 기준 1400만~1600만원을 번다"며 "그에 비해 마약센터 의사의 연봉인 3억원은 고생에 비해 적게 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젊은 의사들의 경우 더 편하고 많은 봉급을 주는 곳으로 떠나는데, 이를 차마 붙잡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연도별 인력 확충 계획. ⓒ뉴데일리DB
    ▲ '서울시 마약관리센터' 연도별 인력 확충 계획. ⓒ뉴데일리DB
    전문성과 사명감을 고루 갖춘 의료인들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전담 병원과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마약중독 치료는 중독증 치료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전문의만이 치료가 가능하다. 서울·경기지역에 마약 전담 치료병원이 적은 탓에 다수의 중독자는 수도권 최대 마약치료 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정 교수는 "중독이란 것은 정서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우울증·불안감 등 애착외상(Attachment Trauma)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면서 "대학병원급 전문의가 아니면 마약중독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역시 "마약중독자 치료는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만 할 수 있는 분야"라며 "마약 치료 병동의 의료진은 의학적 조치와 함께 환자들을 관리·감독하는 일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병원장은 "의사도 사람이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분야에 아무도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의사 출신인 윤영희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올해 서울시립은평병원에서 중독 전문의 채용공고가 여섯 번 있었는데 지원자 수가 0명이었다"며 "민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처우에 대한 검토가 없다면 (사업에)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