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제출하지 않았다" 이유로… 민주당, 민생·치안예산 삭감 추진 "文정부 때도 '특활비 내역'은 상세 공개 안 해… 전액 삭감 이해 못해"'경찰 특활비'도 50% 일괄 삭감… 정부 "최소한 현재 수준 유지" 호소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사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특활비 예산을 각각 전액, 50% 삭감을 주장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문제는 기존에 드러난 마약수사 관련 특활비를 전액 깎은 데 이어 보이스피싱·금융범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수사 예산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정부에서는 윤석열정부 예산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예산을 전부 사용했음에도 민주당은 사정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들며 예산을 깎은 것이다.

    민주당, 자료 미제출 이유 들며 예산 무더기 삭감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내년도 검찰 특활비 중 마약 수사와 사이버범죄 등 민생 관련 수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경찰청 특활비 예산도 50% 줄이는 안을 내놨다.

    정부는 내년도 검찰 특활비 예산으로 8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집행 적정성에 대한 국회 심사가 검찰의 자료 미제출로 불가능한 상황이고 재정여건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특활비 감액이 필요하다"며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구체적으로 전국 검찰청 공공수사 전담부서의 공공수사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수사' 특활비 3억5600만원, 검찰 내 인권보호 및 검찰청 수사지원부서에 투입되는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 특활비 5억3600만원 등이다. 모두 예산 전액이다.

    민주당은 대부분 예산과 관련해 기동민·김승원·이형석 의원이 전액 삭감을 제시하고 김수흥·박상혁·홍기원 의원이 10%를 감액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약 수사는 물론 사이버범죄 대응 예산도 전액 깎아

    그러나 문제는 최근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마약 수사와 관련한 것은 물론, 보이스피싱과 금융범죄 대응 등 국민과 직접 연관이 있는 수사를 위한 특활비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동민·김승원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범죄증거의 디지털화 및 사이버범죄 증가에 대응하는 '첨단 범죄 및 디지털 수사' 특활비 1억2200만원을 전액 깎았다. 다른 예산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특활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수사할 때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해 제공받는 경우, 그 사실을 명의자에게 통보하는 비용인 '형사부 등 수사 지원' 특활비 예산도 전액인 50억7400만원 감액을 제시했다.

    이미 드러난 마약 관련 정보 수집, 요원 교육 등 수사 지원을 위한 특활비 2억75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특활비 삭감 예고와 관련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까지 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국가가 마약범죄에 대해서 연성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금융·증권범죄, 가상자산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의 수사를 지원하는 '국민생활침해 범죄 수사' 예산도 전액(14억7100만원) 삭감을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처음으로 예산을 편성한 2018년 검찰 특활비 예산은 143억400만원이다. 이후 점차 줄어 △2019년 116억원 △2020년 93억6700만원 △2021년 84억3100만원 △2022년 80억9000만원이다. 윤석열정부가 예산을 처음 편성한 2023년도부터 같은 예산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2018년부터 특활비 예산을 전액 집행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찰 특활비 사용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예산을 다 써 놓고,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주요 수사를 지원하기 위한 특활비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것이다.

    경찰 특활비 예산은 50% 일괄 삭감 주장

    경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내년도 경찰청 특활비 예산으로 31억6700만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예산과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수사 지원 29억2200만원, 치안활동 지원 2억4600만원이다.

    기동민·김승원·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수사 지원 예산 14억6100만원, 치안활동 지원 예산 1억2300만원 삭감을 주장했다. 모두 원래 예산에서 50% 일괄 삭감한 안이다. 김수흥·박상혁·홍기원 의원은 수사 지원 2억9200만원, 치안활동 지원 2500만원을 삭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특활비 TF(태스크포스)에서 "특활비는 오랫동안 여러 차례 문제제기됐던 예산 항목"이라며 사용 내역을 소명하지 않으면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문재인정부에서는 대규모 예산이 책정됐다. 경찰청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특활비 예산은 문재인정부가 처음 편성한 △2018년 108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19년 48억7000만원 △2020년 41억6000만원 △2021년 39억1000만원 △2022년 33억4000만원이다. 윤석열정부 첫 예산에서는 1억7000만원이 감액된 2023년 31억7000만원이다. 특활비 예산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문재인정부가 윤석열정부 대비 최대 77억원을 더 책정한 것이다.

    정부는 "경찰청 특활비는 전 부처 중 최고 수준으로 감축했다"며 "마약·흉악범죄 증가 등 수사 수요 증가 등 대응을 위해 최소한 현재 수준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희곤 의원은 "민주당은 보이스피싱·사이버범죄 등 서민 피해 방지를 위한 민생예산도 내로남불식 정쟁에 몰아넣고 있다"며 "예결위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