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0월 합산 내수 점유율 91.6%르노·KG·GM 3사 점유율 해마다 감소 추세수입차 빅4 70% 차지. 양극화 현상 심화
  • ▲ 현대차, 기아의 10월 합산 내수 점유율은 91.6%에 달했다. ⓒ연합뉴스
    ▲ 현대차, 기아의 10월 합산 내수 점유율은 91.6%에 달했다. ⓒ연합뉴스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면 고객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수입 브랜드에서는 벤츠, BMW의 선택지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 브랜드들이 잘 나가는데는 이유가 있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측면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국내 완성차 업계, 수입차 업계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특정 브랜드에서 집중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쏠림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 1일 발표한 10월 내수판매 실적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5개사는 10월 내수에서 11만7012대를 판매했다. 이 중 현대자동차(6만4328대), 기아(4만2960대)의 합산 점유율은 무려 91.6%에 달한다. 

    이는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한국지엠 3사 점유율은 8.4%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3사의 점유율은 2016년만해도 24.9%였다. 현대차, 기아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어느 정도 경쟁 체제가 이뤄지는 구도였다. 

    그러나 2017년 21.9%, 2018년 18.9%, 2019년 17.7%, 2020년 16.6%, 2021년 12.0%, 2022년 11.4%로 해마다 감소했다. 올해는 한 자릿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3사 중에서 특히 르노코리아는 올해 특별한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는 7월 1705대, 8월 1502대, 9월 1651대, 10월 1451대 등 하반기들어 2000대도 넘지 못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올해 1~10월 실적을 보면 내수는 1만8579대, 수출은 7만4367대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7.6%, 24.7% 감소했다. 전체 실적도 34.8%나 줄었다. 

    내년 하반기 ‘오로라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서 하이브리드 신차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계속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점쳐진다. 

    KG모빌리티와 한국지엠은 각각 ‘토레스’, ‘트랙스 크로스오버’ 신차 흥행으로 르노코리아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모델의 신차 효과도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이후 신형 모델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다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 ▲ 수입차 업계도 BMW, 벤츠 등 일부 업체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입차 업계도 BMW, 벤츠 등 일부 업체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입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이달 3일 발표한 수입차 등록자료를 살펴보면 1~10월 수입차 전체 판매는 21만9071대로 집계됐다. 

    이 중 BMW(6만2514대), 벤츠(6만988대)의 점유율을 합하면 56.4%에 이른다. 여기에 아우디(1만5258대), 볼보(1만3770대)까지 더하면 ‘수입차 빅4’의 점유율은 70%까지 상승한다. 

    수입차 브랜드들의 올해와 지난해 판매 추이를 비교하면 23개 브랜드 중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곳은 9개, 감소한 곳은 14개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볼보차(37.7%↑)를 비롯해 일본불매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토요타(26.4%↑), 렉서스(93.0%↑) 등 몇몇 업체만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반면, 상당수 브랜드들이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자동차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에 대해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고객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튀지 않고 무난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결국 마이너 브랜드들은 계속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브랜드가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된다면 신차개발 등 투자를 포기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술개발, 가격, 디자인, 서비스 등의 경쟁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선택지는 줄어들지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시장 전체가 활력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