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협업단체 "방송 독립성에 재갈‥ 한상혁 해임해야"한상혁 "면직 처분은 위법‥ '헌법적 가치' 훼손하는 것"KBS방송인연합회 "불공정 진행하는 심판, 끌어내려야"MBC노조 "'좌파일색 미디어' 보호가 표현의 자유인가"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가 '기준점'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고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라는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은 면직 처분에 이를 정도의 '위법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 인사혁신처가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두고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3일 인사혁신처가 진행하는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방통위원장직을 박탈하기 위한 면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보장된 임기를 박탈하는 것은 처분 자체도 위법하고,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 등 위헌 소지도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서 한 위원장은 "법이 방통위원에 대해 '3년 임기제' '엄격한 신분 보장' 등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단순히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특히 한 위원장은 공소장에 적시된 '미치겠네'라는 표현을 가리켜 "객관적 확인이 어렵고, 공소사실과 무관한 자극적 표현"이라며 검찰이 확보한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가 하면,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비틀린 부정적 내용들이 유포됐다"며 "재판에 앞서 참담한 '여론재판'을 받고 있다"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편향된 언론관 드러내… 방송 공정성·중립성 훼손"


    이 같은 한 위원장의 글이 공개되자 "한 위원장은 '헌법적 가치'를 논할 자격조차 없다"며 "한 위원장이 몸담은 방통위 스스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저버린 마당에, 무슨 방통위의 독립성을 운운하느냐"는 비난의 소리가 언론계에서 터져 나왔다.

    KBS방송인연합회는 24일 배포한 성명에서 "한 위원장은 '정부가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위법성·위헌성의 우려가 있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으나, 이는 자신이 한 행동과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한 위원장이 방통위법과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공개된 공소장 내용에 의하면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점수가 높게 나오자, 담당 직원에게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당혹스러운 심기를 드러낸 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한 위원장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은 양OO 방통위 국장이 집계 결과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겼다"고 밝힌 KBS방송인연합회는 "TV조선 점수 조작 사건과 관련해 △방통위원장은 불구속기소 △양OO 국장과 차OO 과장, 심사위원장 등 3명은 구속기소 △심사위원 2명은 불구속기소돼 모두 6명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됐는데, 한 위원장은 '나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자기 밑에 있는 국장과 과장이 구속기소됐는데도, 아랫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고 본인만 깨끗해지면 되는 것이냐"며 "부하 직원이 왜 구속됐는지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해보시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 자신의 말처럼 언론과 방송의 자유를 지키고 중립적으로 운용했다면 자신의 부하 직원들은 구속이 안 됐을 것"이라고 단정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방통위원장은 '심판'"이라며 "심판이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한 경기 진행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심판은 빨리 끌어 내려야 한다. 그래야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재승인 심사의 '과정'과 '결과'를 특정 언론사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조작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한 위원장 자신이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자유와 독립을 지킨다고 입으로는 떠벌리고 정작 자유를 없애는 자가당착을 저질렀다"며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자신의 임무를 내팽개친 사람이 자유니 독립이니 위헌을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꾸짖은 KBS방송인연합회는 "한 위원장은 이제는 심판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한 위원장이 "법적으로 엄격하게 신분이 보장됐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KBS방송인연합회는 "방통위법 제8조에 따르면 '이 법 또는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방통위원을 면직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한 위원장은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침해해, 방통위법 제1조(목적)와 제2조(운영원칙)에 명시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방송·통신사업의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직위해제)에 의하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기소된 한 위원장 역시 직위를 해제당할 수 있음을 강조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이 외에도 국가공무원법상에는 △성실의 의무 △공정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등 일반적 의무를 지키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이 같은 면직 및 직위해제 규정과 국가공무원의 일반적인 의무 규정이 있음에도 한 위원장이 '엄격하게 신분이 보장돼 있다'고 말한 것은 이해불가"라며 "오히려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위법인지 아닌지는 법원에서 판명날 것"이라며 "마치 무소불위의 면책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고 충고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재허가 심사를 부실하게 처리한 것만으로도 면직감"이라며 "한 위원장의 직위를 해제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법률검토 받았다고 속여, TV조선 재허가 기간 단축"


    MBC노동조합(3노조)도 비판의 소리를 냈다. MBC노조는 같은 날 배포한 성명에서 "'좌파일색 미디어판' 보호가 표현의 자유냐"며 "한 위원장은 지금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고 꾸짖었다.

    MBC노조는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신분을 법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방송의 자유와 언론 기관의 독립이 헌법 가치라서 그렇다'며 방송의 자유를 운운했는데, 정작 그는 종편 재허가 심사 지원에 나선 방통위 부하 간부들로부터 공식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라고 얘기해 방통위 국장과 과장이 점수 조작에 나서도록 본인의 의향을 명확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TV조선에 대한 '사실상 악의'를 보이고,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속여 TV조선의 재허가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도 했다"고 한 위원장의 행적을 되짚은 MBC노조는 "이러한 발언과 업무 처리는 매일 보도를 하는 방송사의 자유와 독립성에 재갈을 물리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한 위원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사'가 조건부 재허가를 받는 등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라도 방통위 부하 간부들에게 극단적인 감정 표출을 감행할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며 "그의 편향된 언론관이 입증된 이상, 방송사들이 그의 횡포와 지배 아래 단 1초라도 위축된 보도를 하도록 방치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포털에서 '좌파 언론'이 득세하게 된 것도,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방통위가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뉴스유통의 75퍼센트를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금까지 언론사를 줄세우고 뉴스의 성향과 방향성을 주물럭거렸는데, 실체를 알고 보니 네이버와 CP 제휴를 한 언론사들은 좌파 언론 일색이었다"며 "그 결과 '우파 담론'을 펴면 '극우'라고 집단 매도당하는 현상이 인터넷에서 반복됐는데, 이를 방치한 한 위원장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편향성을 몰랐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언론사도 아닌 포털에 무소불위의 언론사 길들이기용 '제평위'를 설치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뉴스를 좌편향적으로 운영하도록 방통위가 '의도된 방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던진 MBC노조는 "한 위원장의 부인이 지역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를 지냈는데, 여성민우회가 제평위 심사단체에 추가된 것도 우연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MBC노조는 "최승호 전 MBC 사장 등이 '파업불참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줘, 이들이 5년째 보도국 취재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검찰 기소까지 이뤄졌으면, 방통위원장으로서 당시 MBC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보복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방통위 감사'를 지시해야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넋 놓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한 위원장에게 있어, 방송의 자유는 민주노총 기자들에게만 보장해야 하는 허울 좋은 억압의 도구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MBC노조는 "우리는 단 1초도 한 위원장의 일그러진 '위헌적 방송 감독' 아래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 당장 그를 해임하고, MBC의 파업불참기자 모두를 뉴스데스크 제작에 참여시킬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