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방통위원장, 직권남용 등으로 재판 회부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방조·조장 의혹 직면KBS·MBC노조 "언론탄압 묵인‥즉각 해임해야"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데일리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뉴데일리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방송과 통신에 관한 모든 규제와 업무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 방송사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사건'에 휘말려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누구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당사자가 특정 방송사의 '존폐'를 가르는 심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자, 방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일단 여권에선 "사필귀정"이라며 "방송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최고 책임자가 정권의 뜻에 따라 보수 성향 방송사의 점수 조작을 조장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반윤리적인 행태'를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나왔다.

    반면 야권에선 지난 2일 검찰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 "'정치 검찰'에 의한 '정치적 기소'"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곧 있으면 임기가 만료되는 방통위원장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면직 절차를 검토하는 것은 방통위를 조속히 장악해 현 방송계를 '친정부 체제'로 구축하려는 정부·여당의 저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서울북부지검에서 받은 한 위원장 등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 위원장을 감싸는 여론보다 비난하는 여론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당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점수를 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종편 재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양OO(구속기소)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한 위원장으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집계 결과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양 국장과 차OO(구속기소) 방통위 운영지원과장은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OO(구속기소)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현 KBS 이사)를 불러 점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의했다.

    그 과정에서 양 국장이 '친분이 있는 심사위원을 깨워서 몰래 점수를 수정하자'고 제안하자, 차 과장이 "그러면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만류하며 다른 방법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반헌법적 족쇄' 채운 한상혁 해임해야"


    이처럼 한 위원장이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점수를 넘겼다는 보고를 받은 뒤 "미치겠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구체적인 기소 내용까지 공개되자, 양대 공영방송 노동조합이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고 "언론탄압을 방조한 한 위원장을 즉시 해임하라"는 강도 높은 입장을 밝혔다.

    먼저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보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통위가 지난 5년간 소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MBC 기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참극이 빚어졌다"며 "이를 방조한 한 위원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직격했다.

    MBC노조는 지난 17일 배포한 성명에서 "한 위원장은 최승호·박성제 MBC 사장 체제가 지속된 5년 가운데 4년을 방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그 기간 내내 MBC에서 일어난 '파업불참기자 취재업무 배제 조치'를 방관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이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에 불참한 88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보도국 소개령'을 내린 2017년 말부터 박성제 기자가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맡아, 파업불참기자들의 리포트 참여를 금지하는 '반헌법적 족쇄'를 채웠다"며 "결국 5년 넘게 이어졌던 경영진의 '반헌법적 언론탄압'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최근 검찰에서 이들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고 저간의 사정을 소개했다.

    "지난 5년간 MBC노조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도인 이사가 수시로 이 문제를 성명과 항의공문 등으로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과연 한 위원장은 이 같은 '반헌법적 재갈 물리기'에 책임이 없는가?"라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한 위원장의 더 큰 해임 사유는 그의 편향적인 언론관과, 공적으로 드러난 '사실상의 악의(Actual Malice)'에 있다"며 "TV조선에 대해 본인이 추천한 단체의 심사위원과 좌편향 언론단체 심사위원까지 모두 참여해 평가를 내렸는데, TV조선의 재허가 평가가 '합격점 이상'으로 나왔다면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왜 '미치겠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냐"며 "이 말을 들은 MBC노조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할 따름"이라고 밝힌 MBC노조는 "엄정·중립·공평·무사를 위해 심사위원 전원이 합숙하며 평가한 '종편 재허가 심사' 결과가 나왔으면, 한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해야할 말은 '미치겠네'가 아니라 '수고했어요'"라고 충고했다.

    MBC노조는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 말로, 한 위원장이 '욕 좀 먹겠네. 그래서요?'라고 했다는 것"이라며 "뭐가 '그래서요'인가? 결과가 나왔으면 받아들이면 되는 일을 방통위 심사지원 공무원들이 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욕을 먹는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한테 욕을 먹는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방통위원장에게 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의 외압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한 MBC노조는 "이런 황당한 태도가 결국 TV조선 재허가 점수조작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단정했다.

    MBC노조는 "반헌법적인 언론관이 방통위의 주요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TV조선에 '족쇄'와 '재갈'을 물리는 결과로 나타난 만큼 그는 방통위원장의 자격이 없다"면서 "한 위원장을 당장 해임하고, 파업불참기자에게 아직도 채워져 있는 위헌적 족쇄를 풀고, TV조선에 대한 음흉스러운 외압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원장에게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도 지난 17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언론사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재허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원장이 '미치겠네'라고 말한 것 자체만으로 초유의 언론탄압"이라고 규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이 654.63점을 받으며 과락 없이 재승인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 '욕을 좀 먹겠네'라고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짚은 KBS노조는 "또한 당시 재허가 심사위원장이었던 윤OO(구속기소) KBS 이사는 방통위 양OO(구속기소) 전 국장에게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했고, 심사위원들에게는 '재승인을 못 받게 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점수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BS노조는 "언론사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던 방통위원장과 재허가 심사위원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정·중립·독립을 아무런 고민 없이 내팽개치고, 한 언론사에 족쇄와 재갈을 물리는 언론탄압을 자행했다"며 "그럼에도 한 위원장과 윤OO KBS 이사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임기 보장을 방패막이로 삼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언론탄압의 희생자로 자신을 포장하는 모순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과 윤 이사는 희생양이 아니라 언론탄압의 음흉한 가해자"라고 강조한 KBS노조는 "방송 정상화를 향한 단호한 의지로 두 사람을 즉각 해임하고, 언론탄압 외압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