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변형된 '실검 서비스' 부활 조짐카카오, '투데이 버블' 시작‥ 네이버, 하반기 도입박대출 "'여론 선동 숙주' 역할 맡을 위험 다분해"MBC노조 "총선분위기 노렸나? 포털의도 의심돼"
  • "조국 힘내세요."

    2019년 8월 27일 오후 2시경 '조국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갑자기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더니, 불과 1시간 만에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1위 자리에 올랐다.

    당시 '자녀 입시 비리'로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이름이 '포털 실검'을 장악한 사건은 그의 도덕적 흠결을 알면서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함과 동시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실검'을 조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조국 힘내세요'가 올라오기 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운집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검 이름과 포털 검색을 독려하는 게시글이 나돌았다는 보도가 나왔고, 9월 1일에는 과거 사안인 '나경원 사학비리 의혹'이란 검색어가 느닷없이 상위권에 오르면서 '드루킹'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여론 조작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처럼 포털 실검이 여론 조작 의혹과 광고 논란 등에 휘말리자, 2020년 2월 카카오가 먼저 실검 서비스를 접었고,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2021년 2월 해당 서비스를 전면 폐지했다.

    그런데 사라졌던 포털 실검이 슬그머니 되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일 사내 간담회에서 '핫트렌드 서비스(트렌드 토픽)' 고도화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카카오는 지난 10일부터 '투데이 버블'이라는 서비스를 시작, 온라인상에서 관심량이 늘어난 키워드를 카카오 검색창에 노출시키고 있다.

    한 번에 5개의 키워드를 추천하고,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기사와 블로그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사실상 '실검의 부활'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시 실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31%까지 치솟으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검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검색어 추출 간격을 늘리는 변형된 서비스를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힘내세요 시즌2'가 염려된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에서 "포털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은 실검을 부활시키려 한다"며 "'조국 힘내세요 시즌2'가 염려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포털 '실검' 부활? "남국이형 힘내세요"  판 깔건가>라는 제하의 글을 올린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네이버·다음 두 공룡 포털들이 '트렌드 토픽' '투데이 버블'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고마워요 문재인' '힘내세요 조국' 시즌2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며 "네이버와 다음에 '고마워요 이재명' '힘내세요 김남국'을 봐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박 의장은 "3년 전 실검을 폐지할 때 했던 말들을 잊었느냐"며 "실검은 인격권 침해, 가짜뉴스 유포, 기사 어뷰징 등 정치적·상업적으로 악용되면서 숱한 폐단을 낳았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 등 시사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는 제외시킨다고 하지만, 언제 슬그머니 끼워넣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며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단정한 박 의장은 "변형된 '실검' 서비스는 여론 선동의 숙주역할을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네이버와 다음은 3년 전 실검이 폐지된 이유를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박 의장은 "실검 부활은 포털의 자기 부정"이라며 "'실검 시즌2'로 얻으려는 수익은 여론 선동 놀이터를 빌려준 대가로 얻는 값싼 대여비에 불과하다. 포털이 내년 총선 앞두고 여론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네이버에 '조작의 바다'가 돌아오는가"

    방송계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나왔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14일 <네이버에 '조작의 바다'가 돌아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민노총 언론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2017년 11월 오마이뉴스가 MBC 기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때 MBC 박모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장겸(사장) 우리가 검색어에 여러 번 올렸다. 1위 여러 번 하셨다. 고영주 아저씨도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셨고', 민노총 언론노조가 검색어 순위 선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다.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스스럼없이 하던 시대였다"고 과거 사실을 되짚었다.

    MBC노조는 "공공연한 비밀이던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조작'이 언론의 주목을 끈 것은 몇 달 뒤 평창 동계올림픽 때였다"며 "2018년 1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축하의 의미로 '평화올림픽'을 실검 1위로 끌어올리자, 우파 네티즌들이 뭉쳐 ‘평양올림픽’으로 실검 1위를 갈아치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실검 전쟁이 격렬해진 것은 2019년 조국 사태 때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자 '조국힘내세요' '조국사퇴' 등 온갖 상반된 키워드들이 검색 순위를 놓고 경쟁했다"고 언급한 MBC노조는 "검색어 순위가 정치적 세력 과시와 여론조작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결국 네이버는 2021년 2월 실검 순위 서비스를 폐지했다"고 언급했다.

    MBC노조는 "일부 언론에서는 '재난이나 사고를 더 빨리 알 수 있다' '문화 소비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실검의 효용성도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이 특정 집단에 의해 대중의 관심사가 왜곡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큰 가치인지는 동의할 수 없다"며 "더구나 네이버가 실검 순위를 공개하는 올 하반기가 되면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네이버는 그것을 노렸을까? 양 진영 지지자들의 검색어 전쟁이 벌어지고 검색량이 폭증해 광고 수입이 늘어나면 다른 결과는 알 바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네이버는 검색어 추출 간격을 과거 1분에서 수 시간~하루로 늘려 조작의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조작하려고 마음먹은 집단이 1분이면 하고, 하루가 걸리면 안 한다는 판단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그리고 지금까지 보도로는 북한의 대남조직이 댓글을 넘어 검색어 순위까지 조작할 가능성은 어떻게 막을 건지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