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강조, 화물연대 파업에 단호한 조치… 국민적 호응 얻어'69시간 논란' '초등학교 5세 입학'… 미흡한 홍보로 반발 쏟아져'교육·연금개혁'은 발도 못 떼… 총선 이후에야 본격 추진 가능할 듯 "여론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도 전문가도 없다"… 전략적 실패 지적
  •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윤석열정부의 핵심 과제는 단연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지난해 5월16일 국회 연설에서 3대 개혁과제를 제시했고,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학계 등 전문가들은 윤석열표 3대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여소야대라는 국회 상황에서 정부는 여론전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정부의 지지율 동반자 노동개혁

    3대 개혁 중에서도 노동개혁은 윤 대통령의 꽃놀이패였다. 취임 초부터 윤 대통령은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개혁을 하다 정권을 17년 놓쳤다 하지만 독일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면서 강력한 개혁 의지를 표명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지지율은 반등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1~12월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가 단호한 모습을 보일 때였다. 화물연대가 15일간 집단 운송거부 등 파업을 하며 안전운임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화물연대는 결국 파업을 철회했다. 

    이후 대통령실을 컨트롤타워로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고용세습 근절→ 근로시간제도·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의 순서로 칼을 빼들었다. 

    시작은 좋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거대 노총들이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자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도 높았다. 노동부는 회계서류 비치와 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42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른바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이라고 비판 받는 노조의 채용 관행을 점검하고 나선 것도 여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 ▲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해12월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해12월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주69시간 논란' 이후 노동개혁의 동력이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설정한 노동부는 지난 3월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탄력적으로 확대해 현행 주 52시간에서 주 최대 69시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반발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도 반발 조짐이 있자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한 발 물러섰다. 여론전에 실패한 노동부에도 윤 대통령의 질책이 쏟아졌다. 

    여론이 불리한 상황에서 여당은 노동개혁특위를 발족시켜 노동개혁의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위의 첫 안건은 공정채용법으로 불공정 채용이 발생하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연금·교육개혁 칼도 못 빼들고 주춤

    교육개혁은 교육부장관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추진동력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윤석열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지명됐던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가족 장학금 관련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후 박순애 장관은 국정과제에도 없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을 꺼내들었다 국민적 반발에 부닥쳐 34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1월에야 새 장관으로 취임했다. 초점은 저출생과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국가 돌봄,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에 맞춰졌다. 

    교육전문대학원을 추진해 교원 양성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계와 어린이집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연금개혁은 국회에서 군불을 땠지만, 결국 서로 눈치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야는 지난해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지난해 10월 첫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까지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던 연금특위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10월까지 활동기간을 연장했다. 사실상 공을 정부로 넘긴 셈이다. 

    정부도 오는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합의를 기대하며 국회를 바라보던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이번 계획안이 결국 연금개혁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적기지만… 전문가들 "총선 앞두고는 불가능" 한목소리

    결국 여소야대 상황은 입법이 필요한 3대 개혁과제와 관련한 정부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상황에서 이들 개혁과제는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여야가 지금 양보할 수 없는 전선에서 대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자신의 자리가 달리고 한 발만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남은 1년 동안 여야의 협치로 국가 대개혁과제들이 순조롭게 풀려나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홍보전략 실패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국민을 설득하고 우호적 여론을 얻는 것이 관건인 개혁에 사실상 여론전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도, 전문가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문제는 좋은 명분을 가지고도 국민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개혁을 튼실하게 떠받칠 핵심 지지층도, 이탈한 지지층도 설득 못할 철 지난 소통·영상 선전이 주도하는 방식은 결국 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