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 발언 놓고 지적 이어지자… 한덕수 "똑바로 듣는 게 중요" 일침'양곡법' 거부권 두고 충돌도… 與 "선의로 시작했으나 악법으로 변질" 한덕수 "양곡관리법, 정말 농민 위한 것 아니다… 쌀 과잉생산 부추겨"
  •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일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이틀째 문제를 삼으며 여진이 계속됐다.

    민주당은 "부적절한 비유" "대단히 오만한 태도"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한 총리는 "곡해하지 말라"고 응수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4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어제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돌덩이를 치웠다고 발언했는데 부적절한 비유"라며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상처를 받았고,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의도를 자꾸 곡해하지 말라"며 "돌덩이라고 한 것은 한일 간의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문제를 해결하고 치우려 했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 총리의 해명에도 윤 의원은 "부적절한 비유였지 않나"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돌덩이로 표현하나"라고 거세게 몰아세웠다.

    민주당 의원석에서도 고성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답변하는 한 총리를 향해 거세게 항의한 것이다.

    한 총리는 "어떻게 국민을 돌덩이라고 이야기할 수가 있나.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을 지칭한 바도 없고, 징용 희생자를 지칭해서 돌덩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한일 간의 관계를 지극히 악화시켜서 과거에 발목 잡히게 만드는 그 문제가 돌덩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한 총리는 "똑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으로 질의를 이어간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한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을 겨냥해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는 것도 부족해서 그 발언(돌덩이)을 두고 진의를 비틀어 비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칭한 사실도 없고 그렇게 해석될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셨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양곡관리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양곡관리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 앞서 남는 쌀을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는 취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장 의원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해 양곡관리법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선의를 앞세운 섣부른 시장 개입이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 지금 문제 되는 양곡관리법도 처음에는 어려운 쌀농가를 돕겠다는 선의에서 시작됐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이해가 엮이고 덧칠해지면서 악법 중의 악법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이 법을 지금 이대로 시행하도록 했다면 쌀 과잉생산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농업경쟁력은 급속도로 후퇴하며, 국가재정에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문재인정권을 통해서 착한 정부가 지향하는 잘못된 선의가 얼마나 국가의 미래를 어지럽힐 수 있는지 철저하게 경험했다"고도 꼬집었다.

    장 의원은 "5년 내내 선의로 포장된 지옥불을 경험하고도 정상궤도로 되돌려놓지 못한다면 미래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 역시 "남는 쌀을 강제로 매수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은 정말 농민을 위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재정을 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런 남는 쌀을 강제로 수매하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생산과잉이 생기게 하고 그러한 생산과잉을 통해서 가격이 하락한다고 판단했다.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정말 농민을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선의를 가지고 하는 정책이 결국 그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 정책의 사례를 왕왕 봐왔다. 양곡관리법은 그러한 정책의 성격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재의요구권을 국회에서 잘 검토해 주시고 심도 있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근거로 "생산 조정을 전제로 한 시장격리 의무화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강제격리는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 요건에 의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7년 동안 한 해도 강제매수를 하지 않을 해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필요에 따라서 시장격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제적으로 매년 시장격리를 해야 할 상황은 농민에게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거듭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