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첩단 총책은 석권호 조직국장… 北 공작원 리광진 만나 거액 활동비 받아창원간첩단 핵심 김모 씨는 캄보디아서 北 공작원 김명성 접촉… '제주간첩단' 조직윤미향 국회의원 전 보좌관은 베트남서 北 공작원 만나… 암호문으로 北에 보고北간첩, 정치권 곳곳 조직적 활개 치는데… 대공수사권, 내년부터 경찰로 넘어가
  • 2020년 12월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 2020년 12월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기다렸다는 듯이 속속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간첩 지하조직.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간첩단사건을 이렇게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내내 국정원의 손발을 결박한 사이 간첩단 연계 지하조직이 세를 불려왔다. 그 결과 김명수대법원 체제의 재판 지연으로 풀려난 청주간첩단 조직원이 간첩 협의를 받는 민노총 간부와 교신하는 등 '자칫하면 나라가 넘어갈 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초래됐다."

    유 의원이 지적한 이른바 '청주간첩단'은 2021년 9월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관계자들이 당국에 적발돼 기소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다. 이들은 손종표·윤태영·박응용·박승실 등 4명으로 모두 정치권에 진입하려 했다.

    손종표는 민주노총에서 대전지역본부 총무부장·조직국장·연대사업국장 등 간부직을 지내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대전시 대덕구에서 출마했다. 손종표는 충북청년신문의 대표직도 맡았다.

    박응용은 한국타이어 노동자 출신으로 충북지역에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대덕구청장에 출마했다. 박응용의 배우자인 박승실은 충청미래신당을 창당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충북지역 노동특보를 지냈다.

    윤태영은 민주노총 충북지역 여성노조 위원장, 여성연맹 사무처장·부위원장 등을 지내다 안철수 신당 후보로 충북도의원에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후 무소속으로 청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간부와 또다시 교신한 정황을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당국이 어렵게 간첩을 적발해도 실제 법정에서 처벌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이처럼 황당한 안보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 '청주간첩단' 의혹을 받는 4인. 왼쪽부터 손종표, 박응용, 박승실, 윤태영. ⓒ독자 제공
    ▲ '청주간첩단' 의혹을 받는 4인. 왼쪽부터 손종표, 박응용, 박승실, 윤태영. ⓒ독자 제공
    '청주·창원·제주간첩단' 연달아 적발… 민노총 조직국장 '총책' 지목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반대, 한미동맹 해체, 친일 청산 등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는 정치운동을 벌여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던 민주노총. 이 민주노총 간첩단사건의 총책은 석권호 민주노총 조직국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노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석권호는 2010년 민주노총 비정규직국장을 맡아 비정규직 조직화를 주도했다. 이후 조직국장을 맡아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실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수사당국에 따르면, 석권호는 2016년 8월과 9월 각각 중국·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 리광진을 만났는데, 당시 여행가방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리광진은 이른바 '목사간첩사건'과 '청주간첩단'사건 배후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정원과 경찰이 경남진보연합 활동가 등 4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민중자주통일전위'라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 시위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창원간첩단'으로도 불리는 이들 중 특히 김모 씨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씨는 캄보디아에서 김명성 등 북한 공작원 4명을 만난 뒤 '제주간첩단'을 조직한 의혹도 받는다.

    이를 두고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나라가 넘어갈 뻔했다. 걸려 있는 사람들이 수백 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지난 10일 동아일보에 심각성을 전했다.
  •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발 닿는 곳마다 간첩 활개… 윤미향 전 보좌관 '北 암호문 보고' 의혹도

    이렇듯 간첩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치는 상황 속에 여의도 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지는 해외에서 북한 인사를 접촉하고 북한에 암호문을 보고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A씨가 윤미향의원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난 13일 보도한 바 있다.

    A씨는 2020년 5월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함께 국회에 입성해 4급 보좌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초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뒀다. 현재 국정원은 A씨가 2016년 베트남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한 뒤 서울에서 인터넷을 사용해 북한에 암호문을 보고한 것으로 보고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의 남편 김삼석 씨는 여동생 김은주 씨와 함께 '남매간첩단사건'의 주역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994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김삼석 남매가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으로부터 국내 반핵통일운동을 주도하라는 지시를 받고 한통련에 국내정세를 보고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김씨는 간첩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2016년 재심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한통련 관계자들에게 국내 동향이나 군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넘겼다는 국가보안법상 편의 제공과 군사기밀 탐지 혐의는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한통련 의장 등을 만나고 이 단체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나머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국정원은 내년 1월부터  간첩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당시 압도적 의석 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법률안은 국정원의 직무범위에서 대공수사 기능을 제외하고 정보 수집 범위도 국내가 아닌 국외 및 북한 등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정치 관여가 우려되는 정보의 수집·분석도 금지했다. 이미 여의도 및 지역 정계 등 국내 제도권에 뿌리내린 간첩들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가 2024년부터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요즘 간첩 옛날과 달라… 화이트칼라 간첩 다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는 "요즘은 산에서 내려오는 그런 간첩이 아닌 '화이트칼라' 간첩이다. 민노총, 정치권 등 제도권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심증만으로는 절대 체포할 수 없다"며 "증거 수집이 필수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내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 교수는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지금 치안업무만 해도 바쁜데 이런 수사를 장기간 할 수 있는 근무체계가 형성돼 있지도 않다"며 "특히 제도권 안에 들어온 사람을 잡아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우택의원실이 지난달 7일 주관한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 역량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도 현재 경찰의 인력과 예산은 대공수사를 소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 의원은 "최근 북한이 육·해상을 통한 직접침투에서 제3국을 통한 우회침투 공작으로 전환하면서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조수사도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그러나 해외에 조직과 정보망이 없는 경찰에서 이를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북한 간첩의 우회침투 주력, 경찰 해외 방첩망 전무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 미약 △대공 과학정보(간첩 통신 감청, 해독, 사이버 교신 등)의 수집, 분석력 미약 △유관국 정보기관과의 간첩정보 교환 제한 △합법-비합법 공작을 통한 관련 정보 수집, 합법활동 하는 경찰 적용 불가 △정치권력의 압력에 상대적으로 취약 등을 언급하며 국정원에 비해 부족한 경찰의 안보수사역량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