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준비한 진술서 검사에 제출… 사실상 진술 거부, 지청장 티타임도 거절검찰 "용도변경 대가로 수십억 후원금은 부적법… 이재명, 보고 받고도 무시"12시간 조사 후 퇴청하면서 "납득할 만한 자료 없었던 것 같다" 주장당대표 검찰 조사에 민주당 '방탄국회' 준비…임시국회 소집요구서 단독 제출
  • ▲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한 시민이
    ▲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 라고 묻자, 이 대표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이라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10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광주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와 함께 오전 11시쯤부터 조사가 진행됐고, 오후 11시가 돼서야 성남지청을 나섰다.

    이 대표는 퇴청하면서 "충실하게 설명할 거 설명했고, 어짜피 답은 정해져있다"며 "어짜피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며 "오늘 제시된 여러 자료들을 봐도 제가 납득할만한 그런 것들은 없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취재진들의 추가 질문에도 이 대표는 준비된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는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남지청장과의 별도 티타임을 거절한 채 곧바로 조사에 임한 이 대표는 유민종 형사3부장에게 사전에 준비한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검사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는 6장 분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10장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가 '정치적 보복'으로 판단하고 있는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기소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재판에서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적 세력을 결집해 수사기관 등을 압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성남지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들 앞에서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대가성 후원금 인지했나

    이 대표는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 ▲ 수원지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 두산건설과 성남FC 사무실을 포함해 20곳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9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 수원지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 두산건설과 성남FC 사무실을 포함해 20곳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해 9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현재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기업들은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 등이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용적률을 바꿨고, 농협은 성남시 금고 연장, 네이버는 제2사옥 건축허가, 분당차병원은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 현대백화점과 알파돔시티는 준공 허가와 민원 해결 등의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성남FC가 받은 후원금 160억여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30일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과 전 두산건설 대표가 각각 뇌물 및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5년 성남시가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주는 조건으로 이듬해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에 50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병원 부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을 대가로 한 수십억원의 후원금이 부적법하다는 보고를 받았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검찰 소환에 '방탄국회' 준비하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와 맞물려 임시국회 소집을 통해 '이재명 방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까지도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책무를 거부한다면 국회의장의 결단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민주당이라도 국가안보와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놓고 임하겠다. 국회의장은 내일까지 본회의를 소집해 긴급 현안질문 실시를 위한 표결 절차를 밟아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박 원내대표 등 169명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임시회는 국회법상 여야가 합의하거나 의원 4분의 1 이상이 동의할 경우 개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소집 이유로 긴급한 민생법안 처리와 함께 북한 무인기 등 안보 위기상황 긴급 현안질문 등을 들었다. 국민의힘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국방위원회만 비공개로 열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규정상 소집요구서 제출 사흘 뒤인 지난 9일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는데, 헌법 44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법원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내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체포할 수 있으나, 민주당은 다수당이기 때문에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체포동의안에서 재석 271명 중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임시회를 재차 소집한다면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위해 임시국회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