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 채용된 경력기자를 '시용기자'라고 조롱박영춘 감사 "직원 30~40명 이메일 들여다봤다"
  •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내 언론 지형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공영방송 MBC의 편향성은 두드러졌다. 2017년 말 최승호 전 PD가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관점으로 이슈를 다룬 불공정 편파방송·편파보도가 쏟아졌다. 문 정권 내내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적폐'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신념을 지켜온 MBC노동조합(3노조)원들은 최 전 PD가 MBC의 새 사장으로 첫 출근한 2017년 12월 8일을 '학살의 날'이라고 부른다. 출근 첫날 그는 자신을 포함한 해고자 6명을 전원 복직시키고, 오정환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국의 국·부장단 전원을 보직해임했다. 배현진·이상현 앵커는 그날부로 방송에서 퇴출됐고, 언론노조가 주도한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80여명의 기자들은 이때부터 취재·보도 일선에서 밀려났다. 본지는 MBC노조가 펴낸 '2017 MBC 잔혹사'를 4회에 걸쳐 연재, MBC의 '보도 지형'이 기울어지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도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는 MBC 기자들의 실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Ⅳ 감사국의 강압적 조사

    경력기자 조사

    MBC정상화위원회와 보조를 맞춘 감사국 역시 강압적 조사를 강행했다. 경력기자들의 입사 경위 전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근무했던 언론사 인사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이들의 경력 검증을 요구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공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상자들을 상대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서에 서명하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감사국 조사는 박OO 기자가 주도했는데, 언론노조 파업이 실패했던 2012년 김재철 사장 시절에 입사한 직원들에게 다짜고짜 '채용 무효'라며 겁박하고 감사국으로 소환해 채용비리가 있었느냐고 들볶았다. 그리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너희가 회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모욕했다.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뒤 보도국에선 파업 때 채용된 경력기자들을 이른바 ‘시용기자’라고 비하하며 취재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명예퇴직 기간이 끝나자 남기로 한 직원들에게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고용유지’를 통보했다.

    이메일 불법 사찰

    최승호 사장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상반기 MBC 경영진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주도한 방송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이메일 불법 사찰을 벌였다.

    이 같은 사실은 2018년 3월 22일 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에서 박영춘 감사가 “직원 30~40명의 이메일을 들여다봤다”고 직접 밝혀 충격을 더했다. 이메일 무단 사찰 대상자를 최대한 축소해 밝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피해자는 당시 업무에서 배제됐던 100여 명에 이를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특히 MBC 감사국은 ‘노조’나 ‘좌파’ 같은 키워드를 입력해 이 같은 단어가 검색되는 이들의 이메일을 특정해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MBC 감사국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적법한 방법으로 이메일을 열람했다'라고 해명한 뒤 '파업 불참자를 감사한다거나 무작위로 광범위한 사찰을 한다는 식으로 정당한 감사행위를 음해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사규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라며 적반하장식으로 소수노조에 대한 탄압을 예고했다.

    하지만 MBC 이메일 사찰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기 전, MBC 감사국의 한 관계자가 전직 MBC 간부에게 "이메일 열람을 위해선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며 수차례 동의를 얻으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승호 MBC사장과 박영춘 감사 등을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전기통신 불법감청)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당시 불법사찰 피해자들은 "2월 중순, MBC 감사국의 A부장이 전직 간부인 B씨를 소환해 조사에 필요하다며 수차례 이메일 열람 동의를 구했으나 B씨가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감사국의 각종 조사 과정에서 B씨의 이메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제시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며 "이에 B씨는 감사국 A부장에게 '내 이메일을 이미 열어봤는지 확인해달라'고 두 차례나 문의했지만 A부장으로부터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B씨뿐 아니라 이메일을 사찰당했다는 MBC 직원 30~40명 가운데 아무도 이에 동의한 사람이 없다"며 "박영춘 MBC 감사는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에서 '30~40명의 이메일을 열람했으며 이들에게 열람 사실을 통보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보고했지만, 이메일 열람 동의는커녕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MBC C차장은 감사국 조사 과정에서 이메일 자료를 제시받고 불법 취득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으나, 감사국 직원은 "2015년 MBC 임직원들이 '정보보안서약'에 서명했으니 이메일 열람이 합법적"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박영춘 MBC 감사도 방송문화진흥회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해당 '정보보안서약'을 이메일 사찰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정보보안서약'은 『영업비밀 보호, 유출 방지 및 보안 사고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회사정보시스템, 회사에서 사용하는 e-mail, 사내그룹웨어 메일, 메신저 등 유무선 정보통신망 사용에 대한 통신기록 및 내용 등에 대한 점검, 검색, 감사 실시에 동의하며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규정돼 있다"며 "이메일 검색의 목적을 분명하게 한정해 놓은 만큼, 이른바 '노조 탄압'을 찾아낸다는 명목하에 진행된 감사는 '정보보안서약'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또, "이메일 사찰에 가담한 MBC 실무 직원들 가운데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구하고 한 행동이니 형사처벌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박영춘 MBC 감사도 법무법인 한 곳에서는 '구두'로, 한 곳에서는 '서면'으로 자문을 받았다고 방문진에 보고한 바 있으나 MBC감사국은 법무법인의 자문 내용을 공개하라는 방문진 이사진의 요구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회사의 ‘정보보안서약’은 회사 영업이나 관리에 대한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개인 간에 주고받은 사적인 내용까지 회사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다거나 이미 삭제된 메일까지도 복구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12년과 2017년 언론노조 주도 파업에 불참한 직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넥스트로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이 사건의 내막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로는 “MBC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후 과거 파업 불참자를 중심으로 약 140여 명의 직원들에 대해 '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으며 감사국 등이 직원들의 메일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일반적으로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되는데도 불구하고, MBC는 과거 10년간의 업무를 모두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이는 월권행위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감사국 직원으로부터 '2014년 3월 XX일에 OOO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첨부파일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OOO이 보낸 이메일을 XXXX년 XX월 XX일에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이유가 뭐냐?',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의 내용도 우리가 모두 확인했다'는 추궁을 당했다"는 직원들의 피해 사례도 공개했다.

    2018년 3월 22일 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강효상, 김성태, 김재경, 김정재, 민경욱, 박대출, 송희경, 이은권)도 비판 성명을 내고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부장판사 김은교)은 조창호 전 시사제작국장 등이 신청한 'MBC 문화방송 이메일 서버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에 대해 “▲MBC 이메일 서버 관리자 ID와 마스터키의 생성 및 변경·삭제 내용 ▲MBC 이메일 서버 관리자 ID 또는 마스터키 ID, 혹은 신청인 3인의 ID로 신청인들의 전자우편 계정에 접속한 기록 일체 ▲열람한 전자우편 내용 일체를 1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 모임'과 MBC노동조합은 최승호 사장과 박영춘 감사, 윤병언 감사국장, 감사국 직원 6명 등 총 9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전기통신불법감청)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으나 현재까지도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