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황제' 협연, 광주시향과 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 발매
  •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콩쿠르 우승은 '대단한 업적'이 아니다.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 음악회에 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아무 조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가진 힘을 나누는 것은 음악가가 가야 할 길이며, 음악을 몰랐던 이들에게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는 과정일 수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연주 실황 앨범으로 돌아왔다.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된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임윤찬이 지난 6월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이후 내놓은 첫 음반이다. 

    지난 10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지휘 홍석원)과 선보인 실황 음반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몸포우 '정원의 소녀들', 스크리아빈 '2개의 시곡' 중 1번 등을 담았다.

    임윤찬은 지난 28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인류에게 큰 시련이 닥치고 저도 방 안에서 연습하고 나가지 못하다 보니 '황제'를 다시 들었을 때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그가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이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밝혔다.
  • ▲ 지휘자 홍석원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지휘자 홍석원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홍석원 광주시향 상임지휘자와 임윤찬은 지난해 송년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며 첫 호흡을 맞췄다. 당시 임윤찬의 연주에 반한 홍석원은 이듬해 작업을 요청했고, 임윤찬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번 앨범이 탄생하게 됐다.

    홍석원은 임윤찬에 대해 "원래는 협연자 없이 녹음하려고 했는데 그의 연주를 듣고 무조건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며 "에너제틱한 '황제'를 예상했는데, 색다른 베토벤을 들었다. 2악장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애절했다. 항상 변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피아니스트고, 그게 다 설득력이 있어 정말 천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평했다.

    임윤찬은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고 들었기 때문에 시향의 연주가 궁금했다. 첫 리허설 때 단원들의 엄청난 스피릿(정신)과 에너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세상에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많지만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좋아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처럼 광주시향이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곡가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공연 실황이 수록돼 있다. 광주시향은 2007년 문화예술회관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하며 비상업적 용도로 녹음했지만 정식 발매 앨범에 이 곡을 담는 것은 처음이다.
  •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홍 지휘자는 "광주시향이 윤이상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서 '광주여 영원히'를 연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광주시향보다 이 곡을 더 잘할 수 있는 악단은 전 세계에 없다고 생각한다. 음정이 미묘하게 틀리는 것조차 우리 시향만의 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은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12월 1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이날 기존의 콩쿠르 곡이 아닌 올랜도 기번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프란츠 리스트의 곡들을 들려준다.

    그는 "콩쿠르 연주곡들을 다 좋아하지만, 콩쿠르 때 너무 힘들게 연습해서 쳤기 때문에 다시 연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평소 잘 연주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곡'을 골랐다. 올랜드 기번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바흐 '신포니아'는 시적인 표현들과 리스트가 보여줬던 엄청난 비르투오소가 담긴 아름다운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인 임윤찬은 콩쿠르 우승 이후 현재 휴학한 상태이다. 최근 그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한예종 음악원 교수)가 내년 가을부터 미국의 명문 음악대학 뉴잉글랜드음악원(NEC) 교수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임윤찬의 유학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임윤찬은 유행보단 음악의 뿌리가 되는 곡을 연주하고 싶다며 "사실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고, 다쳐서 피아노를 잠시 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금 섣불리 이야기하면 제가 약속을 못 지키는 게 되기 때문에 아직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 ▲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커버.ⓒ유니버설뮤직
    ▲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커버.ⓒ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