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와 인터뷰서 "인간 사랑에서 시작하면 많은 것 일궈낼 수 있어"위원들 정치지향성 관련해선 "최선을 다한 공통분모가 나오리라고 생각""친일미화 아닌 오히려 일제 수탈론과 반식민지 사관 주장해온 학자" 자평
  •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강민석 기자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강민석 기자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이배용 초대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달 27일 출범했다. 

    국교위는 정파를 초월해 10년 단위 중·장기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학제 개편, 대입제도 등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교육정책에 따른 국민 의견수렴 등 공론화도 한다.

    이에 뉴데일리는 국교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부분을 비롯해 우리나라 교육현실 개선에서 국교위의 역할 등을 짚어보기 위해 이배용 국교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9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서강대에서 한국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거쳐 2006부터 2010년까지는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고 2010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 2013년에는 제16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냈다. 

    2008년도에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는 4년제 200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았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원의 제례 의식에서 첫 술잔을 올리는 도산서원 초헌관(初獻官)을 지낸 이력도 있다. 이는 유교 600년의 역사를 상생으로 바꿔 놓았다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을 맡으며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늦었지만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포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새로 출범하는 기관이고, 100년지대계를 가지고 이제 10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시기에 적절하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른 막중한 부담감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저로서는 아주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계획이지신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게 장기적 교육발전계획 수립과 교육제도 및 정책에 따른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교육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제도 개선, 학제·입시제도·평생학습체제 등 우리 교육과정을 비롯해 유·초·중등과 대학의 단계적 교육정책과 방향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 교육현실 개선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동안 학부모들이 제일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부분이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 지속성이 매우 약했다는 것으로, 그러면서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신뢰와 안정감이 없었습니다. 또 옛날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역기능으로 사교육이 굉장히 팽배해지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교위는 당면과제가 당연히 있지만, 그런 당면한 사안만 보고 정책을 세우면 거기에서 급변하니까 또 시행착오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국가 교육에는 백년지대계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중장기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세계 질서도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먼 미래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저출생이라는, 우리의 학령인구 감소라는 어려움이 어디까지 역할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도 교육과 직결됩니다.

    교육부는 아무래도 실행을 계속 해야 하는 만큼 먼 미래를 보고 집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교위의 가장 큰 역할은 급변하는 시대에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교위가 100년의 시대를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감각 위에서 10년 단위의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나 합니다.

    국교위는 21명이라는 위원이 계시고, 위원들의 지혜와 경륜도 들어가지만, 가장 큰 장점은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국민 의견, 과제와 관련한 소통과 경청, 여러 가지 현안을 우리가 수집하고 총괄 기획합니다.

    그러면서 교육수혜자인 학생들의 처지에서 다양한 각도로 헤아려보고자 합니다.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계속 현장으로 나가 직접 들을 계획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이자 약속이고 또 신뢰입니다. 걱정되는 부분들, 각계각층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 또 여러 견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포괄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역지사지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견해를 헤아려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최선의 미래를 보고 갈 때, 한편은 국가적인 경쟁력을 생각 안 할 수도 없고, 그런 인재를 키우기도 하지만 또 거기서 소외돼서 우리가 잘 돌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도 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한편은 잘하는 아이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고, 또 한편으로는 미처 따라오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함께 대열에 서게 하고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행복을 찾아 주느냐 이것이 주목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 학제, 직제라든가 하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는 이상도 있고 현실도 있는 것이 국가의 교육정책이라고 봅니다."

    -국교위가 출범하면서 위원들마다 정치적 지향이 달라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양당에서도 추천하고 또 제3당도 추천하는 구조가 있고, 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단위별로 다양하게 추천해 국교위가 구성됐습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합의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들 합니다. 하지만 저도 마찬가지이고 그동안 살아온 위치가 있으실 테지만 여기 위원회에 들어오신 것은 국교위를 잘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추천 받은 단위는 잊어버리고, 진정으로 우리 학생들의 희망과 바른 미래를 위해 교육정책과 제도의 기획을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 경륜이 있으신 분입니다. 전문성도 갖추시고 또 경험도 많은데, 저는 그래서 그냥 우리도 어머니·아버지·누나·삼촌 같은 위치에서 애정어린 마음으로 대국적 자세로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의 길에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서 바른 길을 열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하면 공통분모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또 저도 그렇게 중재하면서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우선과제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의결을 앞두고 있는데, 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시는지?

    "교육부가 시안도 냈고 공청회도 열면서 계속 단계가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정식 보고는 받지 않았는데, 언론이나 공청회에서 이뤄진 것들을 간접적으로 들어보면 걱정되는 부분을 우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헌법적 가치에 맞는 균형 잡힌 교과서가 나와야겠지요."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이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이에 정부가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요즘 자율성을 많이 강조하면서 열린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덜 부담을 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기초학력에 미달한다, 안 된다는 사실을 무엇을 통해 알아내느냐 하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 진단을 위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맞춤형 교육을 위한 자율적 선택을 넓히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급·학년·학교 단위로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지, 강제로 전체를 다 시험을 보게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결과도 개별 학생들에게 직접 통보하므로 서열화, 줄 세우기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교육부에서도 그렇게 발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보완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전수고사나 일제고사는 아닌 것이죠." 

    -교육교부금 개편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안들도 국교위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아는데,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어떻게 조율하실 생각이신지?

    "이게 교육청 의견도 있고, 시·도 지자체 또 교육부의 의견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 부분은 국교위가 다룰 것은 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많이 혼란스러워지면 우리도 교육문제를 다루니까 적합한 기여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초·중등 공교육 투자는 OECD 평균을 상회하고 고등·대학의 경우는 OECD 평균을 밑돌아 불균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견해에 따라 다른데, 이에 관한 합리적인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국교위가 의견을 내기에는 조금은 시기상조입니다. 특히 예산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자신에 관한 평가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저에 관한 평가가 왜곡된 부분에서는 사실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저는 일제의 침탈론을 강조한 역사학자입니다. 식민지 사관이 아니고 오히려 반식민사관의 반일적 침탈론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이 탈바꿈돼 반대로 저를 일본의 식민지 사관이니 하는 평가는 옳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제가 '명성황후 민비'에서 명성황후를 빼고 민비라고만 써서 황후를 폄하했다면서 친일 미화라고 하는데, 이는 제 학자적 인생에 상처를 입히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 우리 역사에 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일관되게 지키면서 균형 잡힌 역사학자로서 정도를 지켜왔습니다.

    저는 명성황후 민비가 그동안 너무 왜곡되게 평가됐다고 봅니다.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해서 또 하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인식에서, 그러니까 이제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로 명성황후를 폄하한 것입니다. 그러나 명성황후는 가장 반일주의자였습니다. 남성 못지않은, 그 시기에 가장 반일주의자입니다. 명성황후는 상당히 총명하고 고종황제의 왕비로서 내조자를 넘어선 정치참모였습니다. 명석하고 책을 많이 읽은 인물이면서 그 시대에 열강과 외국의 변화 정세를 알고 일본의 침략 야욕을 가장 직시한 사람입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1995년 명성황후 관련 논문을 썼습니다. 그 논문 제목도 '명성황후 민비의 정치적 역할' 이렇게 명성황후의 역사적 평가를 높이 한 사람입니다, 제가. 그런데 논문에 글을 써 갈 때 제목을 명성황후 민비로 하면서 본문에서는 계속 서술할 때마다 용어가 기니까 밑에 주를 달아 원뜻은 명성황후 민비인데 앞으로 서술할 때는 편의를 위해 민비로 표현한다고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명성황후를 뺐다고 친일 미화라는 것인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글, 에세이에도 다 명성황후 민비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억울해 그 당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이후 그 내용을 쓴 신문사가 다 정정기사를 냈습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올바른 교육이란?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흘러야 하는 것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애 말입니다. 지금 학교에는 학교폭력, 교권 하락 등 여러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 또 학교 밖에 있는 학생들도 있고요. 이들을 다 인간적으로 품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 사랑에서 시작하면 많은 것을 일궈낼 수 있습니다. 꽃도 사랑하면 피어나듯 교육이란 더 따뜻한 인간으로 피어나게 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약속과 신뢰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약속을 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희망으로 그러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인성의 틀을 잡아 줘야 합니다. 지식을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는 해도 그 바탕에는 인성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지금 너무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또 경쟁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세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여러 가지 문명의 기재가 계속 새롭게 바뀌는데 그것을 안 가르치고 지도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계도 사람이 만들고 과학도 사람이 만들어 간다면, 사람의 마음이 올바라야지 바른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성보다 인성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인간성이 빠진 과학의 역기능적인 것, 요즘 AI도 중요하고 로봇도 중요하고 반도체도 중요한데 윤리가 없는 AI는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런 것들을 균형 있게 잘 잡아주는 것이 또 교육인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연을 함께 존중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혼자 잘나서 교육 받아서 출세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이 우리를 받쳐 주기 때문에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고마움, 자연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함께 가는 것, 저는 그게 우리 교육에서 너무 잊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통문화도 배우고, 문화유산뿐 아니라 자연유산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집념과 열정으로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이 훼손되면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복구하기 어렵다는 각별한 인식에서 많은 전통문화유산을 세계화하는 데 기여해온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의 현장도 직접 다가가게 해서 역사적 안목을 넓혀줘야 합니다. 그 속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조화, 한국과 세계, 전통과 현대, 인성과 지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울러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