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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의 북한인권 칼럼 ② ] "뉴욕에도 38선이 있었네"

뉴욕북한대표부 방문했으나 들어가지도 못해"국군포로 송환하라" 1인 시위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18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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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21 14:37 수정 2022-09-21 14:37

▲ 박선영 물망초이사장(전 국회의원) 등 <북한인권과 탈북자를 위한 국제의원연맹> 회원들이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를 방문했으나 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한 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11년만에 다시 찾은 뉴욕의 북한대표부.
공식명칭은 UN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대표부.
가깝고도 한없이 먼 북한대표부는 UN빌딩 앞 2번가.
한국총영사관하고도 가까운 위치, 외교센터 안에 있다.

9월 16일 아침 6시반,
워싱턴 DC에서 기차 타고 3시간 반만에 뉴욕에 도착,
바로 북한대표부로 향했다.
뉴욕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도 그랬지만,
북한대사관으로 향하는 시간 내내 착잡했다.
무거웠다.
몸도 마음도 다 불편해서 기차 안에서 산 샌드위치도 남겼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말의 기대도 없진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니까,
하는 기대말이다. 

1. 거대한 벽같은 북한대표부 

북한대표부 방문만 3번째.
미국에 있는 북한대표부 방문은 두번째지만,
제네바에 있는 북한대표부 방문까지 합하면 3번째다.

처음 두 번은 탈북자 강제북송과 처벌에 반대하기 위한 방문이었고,
이번에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사과와 국군포로 송환을 촉구하기 위해 방문이다.

피켓도,
11년 전엔 <Save my Freinds>였고,
이번엔 <Free 100,000 Korean War POWs>다.
편집자 주: POW는 전쟁포로(Prisoner of war)의 약자.
11년 전 제네바 북한대표부 방문에는 안형환의원이 같이 갔고,
10년 전 미국 북한대표부엔 혼자 갔다.

이번엔,
<북한인권과 탈북자를 위한 국제의원연맹 / IPCNKR> 회원인
국힘당의 하태경, 홍석준, 지성호, 황보승희 의원과
피격된 해수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동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나'였다.
11년 전과 똑같았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2. 쫓겨난 '우리 민족' 

10시반, 북한대표부 앞에 도착하자 특파원들이 와있었다.
카메라도 여러대가 놓여있었고.

원래는 북한대표부에 들어갔다 와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기자들이 너무 오래 기다렸으므로 일단 기자회견을 먼저 했다.
그리고 다녀와서 다시 결과 보고하는 식으로 기자회견을 두 번 했다.

이번 방문 목적을 간단히 설명한 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대표부에는 하태경 의원과 이래진씨만 들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이 외교센터 안으로 문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산처럼 거대한 몸집의 흑인 경비원이 두 사람을 밖으로 밀쳐내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말하는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속사포처럼 빠르게 흑인들 특유 억양으로 웅얼거리는데,
위협적이었다.
두 사람이 힘없이 밀려나왔다.

또다시 오버랩되는 11년 전 제네바에서의 해프닝.

▲ 2011년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기 위해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찾은 박선영 당시 의원이 제지하는 경찰과 대화를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농성중 실신해 병원치료후 퇴원하자마자 제네바로 달려갔다.ⓒ뉴데일리

그래도 그때는 경찰이 소리를 지르거나 밀어내진 않았다.
몸집도 작았고.
들어갈 수 없다고, 돌아가라고,
북한대표부 앞을 가로막으며,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을 뿐이다.
낮은 톤의 불어는 추운 유럽의 바람을 가르며 차갑게 날아왔다.

그 순간,
까마득히 잊고 있던 불어가 내입에서 바람처럼 튀어나왔다.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서신을 전단하러 왔으니 못 들어가도 좋다. 서신만 우체통에 넣고 가게 해달라."

그러자 경찰관들은 북한대표부 건물에 붙어있는 우편함으로 우리를 안내했고,
우리는 봉투를 반으로 접어서 넣고 돌아왔다.
제네바의 북한대표부는 약간 외진 곳에 단독주택형태로 있었다.

▲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로 향하는 박선영의원 일행. ⓒ뉴데일리

그러나 이번엔 그것도 불가능했다.
맥없이 길가에 서 있던 우리한테 누군가가 알려줬다.
길 건너편에 우체통이 있으니 우표를 사서 부치라고.
실무진들이 뛰어가서 우표를 사오고,
또 다시 뛰어가서 풀을 사오는 우리 모습을,
왼쪽 모퉁이와 오른쪽 노상카페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동양 사람들.
체구가 크지 않은 그들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우리는 그 노상카페앞으로 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 구세주 만난 듯 '다행이다, 정말' 하며 봉투를 넣었다.
이번엔 접지 않아도 잘 들어갔다.
파란 우체통 안으로.
툭!

아 가을이니 편지로 가는구나. 
꼭 북한 대표가 아니더라도,
6-7명이나 된다는 대표부 사람 그 누구라도 이 서신을 열어봤으면...,
그리고 평양으로 보고나 제대로 해줬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더 큰 마음은 사실 허탈함이었다.
입만 열면 '우리 민족끼리'라면서,
코앞에 있는 사무실로 보내는 편지도
우편함도 아닌,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한심한 현실.
그것이 11년 만에 달라지지 않은,
아니, 더 악화된 남북관계다.

누가, 왜, 이렇게 만든 것일까?
생각할수록 착잡했다.
그때 하태경 의원이 허탈한 듯이 한마디했다.

"뉴욕에도 38선이 있네" 

▲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18대 국회의원)이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3. 북한대표부 앞에서 "국군포로 송환"을 외치다 

북한대표부 앞에서 "국군포로 송환"을 외친 건 처음이다.

우리 물망초 간사들이 만들어준,
한글과 영어로 된 피켓을 들고 대표부 앞에 섰다.
일부러라도 어깨를 펴려고 노력하며 우뚝 섰다.
키가 작고, 몸집도 작으니 내가 우뚝 섰다고 하기 보다는,
오도마니, 오똑 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피켓을 들고 북한대표부 건물 앞에 서니 기자들이 물었다.
취지와 목적 등을.
내가 입을 열었다.

"내년이면 정전 70주년이다.
올해로 발발 72주년은 지났고.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국군포로 숫자도 모른다.
북한은 12만 명이라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0만이라고 했다.
UN사령부는 8만2,318명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 1/10 정도인 8,343명만 돌려받았다.

아직도 150여분이 북한의 탄광지대에 생존해 계신다.
국군이나 UN군이 구출해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남쪽하늘만 바라보고 계신다.
72년 전 전쟁이 나자,
나라 구하겠다고 책가방 대신 총을 드셨던 그 분들이다.
지금도 북한에 강제 억류돼 노예같은 생활을 하고 계신다.

제네바협정 위반이다.
국제법 위반이다.
반인도적 범죄다.

기다리다 지친 국군포로들이 노구를 이끌고 80분이 탈북해 오셨다.
1994년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스스로 탈북해오신 80분 가운데 현재 14분만 생존해 계신다.
이분들은 모두 전사자로 기록돼 계셨던 분들이다.
그렇게 보면 국군포로 숫자는 김일성이 밝힌대로 12만 명 정도 아니겠는가?

국군포로들 명단이라도 달라.
생사여부라도 알려달라.
살아계신 분들은 송환해달라.

돈이 필요하다면 Freikauf,
돈도 지불하도록 노력하겠다.
편집자 주 :
프라이카우프(Freikauf)는 '자유를 산다'는 의미의 독일어.
동-서독 분단 시절 서독 정부가 동독 정부에게 돈을 주고 동독 반체제인사들을 구출해온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정부도 Feikauf를 시도해라.
그동안 북한에 퍼 준 돈이 얼마냐?
그 돈을 국군포로 모셔오는데 썼다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도해라.
그러면 남북관계는 개선될 것이다."

▲ 11년전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항의차 방문 당시의 박선영의원 ⓒ뉴데일리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나의 절규는 기사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나는 전직 의원일 뿐.
내 신분은 일반인이니 내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래도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였을까?
기자회견이 끝나자 어지럼이 몰려왔다.
햇살도 강하고, 강행군 탓도 있고,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아침도 걸렀으니,
내 상태가 나쁘기도 했겠지만,
단지 그 때문일까?
38선은 뉴욕에도 있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도 38선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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