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측근들과 회동 후 사흘째 잠행… 당초 관측과 달리 침묵 유지윤리위 재심, 가처분 신청 등 후속 조치도 '반전' 없다는 게 중론권성동, 李 향해 "윤리위, 독립기구… 당 대표여도 결정 수용해야"
  • ▲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흘째 잠행을 계속 중이다.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여권 내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재심청구, 징계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 반격 카드를 모색하며 장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준석, 측근과 회동 후 사흘째 잠행

    11일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외부와 연락을 자제하며 향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윤리위 징계 처분일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측근들과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주말 동안에는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윤리위 징계 심의가 끝난 후 만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 등을 논의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사실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언론에 말씀 드릴 수 있는 상황이 굉장히 제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등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는 정반대 행보다. 현안이 있을 때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쓰던 페이스북도 지난 9일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가인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유튜브 영상 링크 공유를 끝으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

    이 노래 가사에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노래는 2018년 6·13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 대표가 공천 갈등을 촉발했다며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했던 노래다. 이 노래를 4년 만에 다시 꺼내며 사실상 당권을 두고 대립 중인 당 내 친윤(親尹)계 인사들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권성동 주재 회의에 참석 안 하며 충돌 줄이기

    이 대표는 이날 권성동 당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며 당헌·당규 유권해석의 마침표를 찍자 무리한 행보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대표 징계는 당으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윤리위는 독립기구로서 당 대표라 할지라도 그 결정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후 주말 사이에 이 대표와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못 해봤다. 차차 하겠다"며 "지금은 연락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응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윤리위 재심 청구다. 당 윤리위 규정 26조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자가 불복할 경우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윤리위에 재심 신청을 할 수 있다.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재심 청구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다만 윤리위가 이미 당대표에게 내린 중징계를 번복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라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징계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윤리위 결정을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갔다 기각당하면 정치적으로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법조계에서도 정당 내부 기구가 내린 결정을 뒤집는 가처분신청 인용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징계효력정지가처분 신청해도 인용 가능성 희박"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통화에서 "법원이 그간 정당 내부의 결의, 자율권을 존중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실상 가처분 신청을 해도 인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안은 징계에 대한 아무런 불복 조치 없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여론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의혹을 해소한다면 모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어 결백을 주장하는 이 대표가 수사에 적극 협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홍 등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를 자신의 징계 여파라고 해석하며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0.9%, 더불어민주당은 41.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2.6%p 하락했으며, 민주당은 1.5%p 상승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선 것은 지난 3월 5주차 이후 14주 만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절차에만 집중하라.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고 자중을 조언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9%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