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의 표명… 尹대통령 보류했지만 후임 인선 속도 낼 듯임기만료 한 달가량 앞두고 사의… 차기 후보군 수면 위로행안부는 경찰위 권고안 수용하기로… 경찰 통제 강화 속도
  •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강민석기자
    ▲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강민석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유럽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보류했지만, 후임 청장 인선과 경찰 통제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은 이를 계기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청장은 27일 성명을 통해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신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 자신의 거취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김 청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두고, 이른바 인사번복 사태 후 경찰이 수세에 몰리고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조직 내부에서부터 불거진 '용퇴론'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최후의 저항'이라는 관측도 있다. 행안부 발표 직전 사의를 표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총장은 성명에서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경찰국' 설치를 비롯한 경찰 통제 강화안이 '최적'이 아니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한 김 청장은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주말 김 청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98분간 통화했지만, 이 장관이 경찰 통제안과 관련한 생각을 바꾸지 않자 결국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추측도 나왔다.
  • 윤희근(맨왼쪽)-김광호-우철문ⓒ연합뉴스
    ▲ 윤희근(맨왼쪽)-김광호-우철문ⓒ연합뉴스
    후임 경찰청장 후보군 3명 압축… '수사통' 배제 눈길

    김 청장의 사의 표명으로 후임 경찰청장후보군이 예상보다 빠르게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청장후보군인 치안정감 7명 중 현재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윤희근 경찰청 차장(54·경찰대 7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58·행시 특채), 우철문 부산경찰청장(53·경찰대 7기) 등 3명이다. 물론 현 정부 들어 파격적인 경찰 인사가 빈번했던 만큼 이번에도 의외의 인물이 청장직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목되는 점은 후보군 모두 '비수사통', 즉 '정보통'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특수통' '수사통'이 요직을 장악한 검찰 인사와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경찰대가 아닌 행정고시 출신 김광호 청장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국면에서 윤석열정부가 '검찰 위상 재강화' '경찰 통제력 강화'를 핵심 대응방안으로 내세운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를 주도해온 경찰대·수사통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행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경찰 인사에서 치안정감 7명 중 임기가 보장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6명을 모두 물갈이한 것도 이를 위한 수순이었다는 견해가 나온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상윤기자
    행안부, '경찰국' 신설 권고안 수용… "비대해진 경찰 견제해야"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위시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경찰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통제력 강화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자문위 권고안과 관련한 대국민 브리핑에서 "행안부는 권고안에 적극 공감하며, 제시된 개선사항을 경찰청 등과 협의해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자문위의 권고안이 경찰의 독립성을 헤치는 것이 아니라 지휘·업무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행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 만큼 민주적 관리와 운영, 적절한 지휘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금 이 상황에서 행안부마저 경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행안부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또 "행안부장관이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전제한 이 장관은 "그러한 업무를 위한 조직을 당연히 행안부 안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이 장관은 이어 "역대 정부에서 헌법과 법률에 위배해 행안부를 패싱했다.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 그 밖의 각 비서실에 파견된 수십 명의 경찰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행안부에는 인사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나 조직이나 인원이 단 한 명도 없다"고도 지적했다.

    경찰의 독립성 침해 등 논란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행안부는 부처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을 대상으로 한 지휘규칙 제정 및 인사 절차의 투명화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감찰 및 징계의 개선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입법을 추진하고, 경찰의 임무역량 강화를 위해 제시된 적정인력 확충, 처우개선, 수사 심사관 운영 개선 등은 경찰청·기재부·인사처 등과 협의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사표 보류 배경과 관련 "정식으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이 사표를 내면 그가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거나 징계 심사에 계류 중인지 등을 조회한 뒤 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