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이 더불어민주당의 장난감인가?
  • 6·1 지방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폐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포공항의 소재지인 서울시의 송영길 시장 후보도 나서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제주관광을 말살할 것”이라며 “제주도민들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이재명 후보 공약에 대해 “다급해져서 생각나는 대로 ‘막공약’을 막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도 “전 국민의 불편과 제주도민의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선거대책위원회를 즉각 해체하고 “김포공항 이전 저지 제주도민비상대책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뜬금없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환경 문제 때문에 국내 단거리 항공편은 폐지하는 게 세계적 추세”이고 “앞으로 비행기는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김포공항 이전 이유를 늘어놓았다. 한 마디로 엿장수 코미디만도 못한 황당무계한 논리이고, 그야말로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망언이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의 주장이 왜 황당무계한 망언인지를 여러 사실들을 근거로 살펴보자. 우선 의석수 2/3에 육박하는 다수당이라고 ‘김포공항’이 자신들의 장난감처럼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생각부터 언어도단이다. 혹시나 이재명 후보가 대권후보였었다는 오만이나 25년 토박이 강적을 만나 놀란 가슴에 얼떨결에 허세를 부린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김포공항을 없애고 인천공항이 김포의 국내여객을 흡수한다는 주장은 백만분의 1 퍼센트의 가능성도 없는 무식한 픽션이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2019년 연간 출도착 승객이 7천100만 명을 넘었고, 국제선만도 감당이 어려워 작년에 제4 활주로를 개통했고 앞으로 제5 활주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김포-제주 노선이 승객수 세계 1위의 노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8년 이 구간의 전체승객수는 1,410만 명으로 2위인 일본의 도쿄(하네다공항)-삿포로 노선의 970만 명보다 월등히 많다. 금년 5월 한 달의 승객수도 김포-제주 노선은 승객은 120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 1위이며 2위인 하노이-호치민시티 노선의 936,000 명, 3위인 도쿄(하네다공항)-삿포로 노선의 903,000 명보다 월등히 많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도 기준 “김포공항의 국내선 여행객 3,700만명 중 약 51%가 김포-제주 노선이었다”며  “김포공항의 폐쇄는 제주행 관광객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4월 김포공항의 전체 운항편수는 6,150 편, 승객수는 106만 명이 넘었다. 이 중 김포-제주 노선 운항편수는 전체의 65%인 397 편, 승객수는 735,370 명으로 69.0%에 달했다.
     
    김포-제주 노선의 승객 쏠림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비슷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김포공항에서는 80,401편이 운항됐으며, 이의 55%인 44,124편이 김포-제주 노선이었다. 여객수 측면에서도 이 기간 14,822,924 명이 김포공항을 이용했으며 이 가운데 57.4%인 8,508,302 명이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했다.

    이런 현실에서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의 국내선 승객을 수용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공항 운영면에 있어서도 동선(動線)이나 주차 및 부대시설 등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한 마디로 ‘김포공항 폐쇄'는 선거만을 위해 급조한 사기 공약에 다름없다.

    ‘김포공항 폐쇄' 주장보다 더 가관은 “앞으로 비행기들은 활주하지 않는다. 수직이착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면서 “새로운 항공시대를 위해 김포공항 이전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넋나간 주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다더니 이재명 후보는 UFO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국민을 현혹시켜 표를 얻기 위한 궁여지책의 헛소리이다.

    현재 대표적인 수직이착륙기로는 AV-8 해리어, F-35B 등 1~ 2명이 탑승하는 군용기가 있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들 전투기들의 최대이륙중량은 대체로 15~30톤 정도이다. 현재 민간용 수직이착륙기의 상용화도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의 탑승인원은 5 명 내외이다.

    이에 비해, 국제선에 투입되는 보잉 747-8i 항공기는 기체 무게만 220 톤이고 화물 약 180 톤과 여객 약 40 톤(500 명) 등 최대이륙중량(MTOW)이 440 톤에 달한다. 국내선에 많이 투입되는 보잉 737-900ER 항공기는 기체 무게가 약 45 톤이고 최대이륙중량(MTOW)이 85 톤이다. UFO를 능가하는 초현실적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런 항공기가 수직이착륙하는 건 독수리 한 마리가 승용차를 매달고 날고 내려앉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여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일, 쉽지 않다고 포기하는 일, 하기 싫거나 부담이 돼서 회피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정치”라며 김포공항 이전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다. 얼핏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3.9 대선 때는 김포국제공항을 “중국·일본 등과 직통할 수 있는 강서구의 자산”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속칭 ‘오거돈 공항’으로 불리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약을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한 달을 남기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안을 전격 의결했다.

    ‘김포공항 폐쇄’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수년간에 걸친 국민여론 수렴과 타당성조사를 거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이런 프로젝트를 일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