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없이 10시 본회의 통보…"박병석 입맛대로 고무줄국회 만들어"법조계·학계서 검수완박 문제점 호소하는데도… 국회의장은 다른 평가
  • ▲ 박병석 국회의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고 있다.ⓒ이종현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3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본회의 통과와 관련 '형사사법체계가 진일보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검찰과 학계 등에서 위헌성을 지적하며 법안의 문제점을 호소했음에도 이 같이 발언한 것이다. 

    이에 교섭단체와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시간 변경 등 꼼수를 동원했음에도 '최고 수준의 합의'라고 자화자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법체계 개혁 진일보" 자화자찬하는 국회의장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산회 직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로 형사사법체계 개혁이 진일보한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며 "이번 논의 과정에서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사법개혁특위에서 깊은 논의를 통해 보완할 점은 충실하게 보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별건수사 금지를 명문화하고 경찰 수사에 따른 이의신청권자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등을 통과시켰다.

    박 의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이 안건을 처리하면서 국익과 국민이라는 오로지 두 가지 관점에서만 처리해왔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이번 과정에서 국민이 그렇게 비판하고 싫어했던 여야 충돌이 있었던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통과된 의장 중재안은 의장의 독창적인 안이 아니라 여야 원내대표, 그리고 관련 의원들의 장시간 논의 통해서 도출한 사실상의 여야 합의안"이라고 설명한 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최종 합의했고, 양당 의총에서 추인했으며, 새로운 정부를 대변하는 인수위에서도 이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고, 현직 대통령도 잘된 합의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이번 합의는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합의"라며 "이러한 최고 수준 합의가 어느 일방에 의해 단적으로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의회정치는 더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 "억울한 국민 달랠 마지막 기회 없어져"

    박 의장이 검수완박 입법 완성으로 형사사법체계가 진일보했다고 했으나, 법조계와 학계 등의 평가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 국회 통과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시민단체·학계·법조계 대다수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음에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대검과 일선 고·지검장들은 일치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어 "의결된 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이 박탈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선의의 고발이나 내부 비리에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호소는 법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진범·공범, 추가 피해 및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를 할 수가 없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억울한 국민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진다"고 대검은 반박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원칙이 검찰에만 적용되고 공수처에는 빠져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수완박법 통과로 고발인은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덮여도 검찰에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어 변호사를 쓰기 어려운 힘 없는 서민이 향후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게 될 것도 자명하다"고 질타했다.

    고무줄 본회의 만들고 "최고 수준 합의"

    박 의장이 '최고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한 것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법 제72조에 따르면, 본회의는 오후 2시(토요일은 오전 10시)에 개의하고 국회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국민의힘과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본회의를 원래대로 2시에 열어 달라는 요청도 묵살한 채 시간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박병석 의장이 사전협의 없이 본회의를 10시에 열겠다고 통보했다. 그것을 협의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민주주의라는 것이 절차와 과정이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입맛대로, 마음대로 고무줄국회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통화에서 "국민 뜻에 어긋나는 중재안을 어떻게 최고의 합의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국민이 (법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칭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