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탄생 110주년 다음날인 16일 오후 미사일 2발 발사…정부는 14시간 지나서야 공개대남 '전술핵' 무기 배치 강조…尹정부 출범 앞두고 추가 도발 가능성도
  •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16일 김정은의 참관 하에 '신형 전술 유도무기' 2발을 발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일성 탄생 110주기인 15일까지 조용히 넘어가는 듯 싶더니 단 하루만에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특히 북한 스스로 이번 발사체를 한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술 핵무기'로 규정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6일 오후 6시쯤 도발이 일어난지 14시간 뒤, 그것도 북한 매체의 대대적 보도(오전 6시)가 나간지 2시간 가까이 지나 이를 발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17일 오전에 소집하는 등 또다시 '뒷북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공지를 통해 "우리 군은 북한이 16일 오후 6시경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발사 동향과 관련해 한·미 연합으로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발사 직후 군과 정보기관, 국가안보실 간 긴급회의를 통해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전술핵 운용' 강조…대남 위협 강화 나선 듯

    합참에 따르면 16일 탐지된 발사 제원은 고도 약 25km, 비행거리는 약 110km, 최고속도는 마하 4.0 이하다. 사정거리와 고도 모두 기존 시험한 발사체보다 짧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이번 발사체가 '대남'을 타깃으로 한 '전술핵' 무기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북 접경지역 전술핵 무기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이 '전술핵 운용' '화력임무 다각화'라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단거리미사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핵탄두' 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시험 발사 성공 사실을 전하며 "당 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개발돼 온 이 신형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자평했다.

    또 이날 참관한 김정은에 대해 "전망적인 국방력 강화에 관한 당 중앙의 구상을 밝히시면서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 무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셨다"고 전했다.
  •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뉴스
    한미훈련, 尹정부 출범 앞두고 도발…위협 확산에도 정부는 '안일'

    북한매체가 공개한 사진 등에 따르면 이번 시험무기는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의 '축소 개량'판 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사거리 400∼600㎞ 안팎인 KN-23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 또 차량이 터널과 나무숲 등에 숨어 있다가 개활지로 나와 2발을 연속 발사한 뒤 재빨리 은폐할 수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1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대응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사전 '힘겨루기' 성격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다음달 10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추가도발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에서 북한이 신형 미사일 등 무기를 공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와 군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군은 '늑장 보고' 이유를 밝히면서 북한 발사체의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정부가 '숨기기'에 급급하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부랴부랴 발표하고 NSC 소집 등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날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초기에 탐지된 제원이 공개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제원과 관련 동향을 고려시 새 형태일 가능성에 대해 추가분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