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직원연대·KBS노조·국민감시단 "KBS 경영진, 대형 오보참사 책임져야""김건희 명의 주식계좌끼리 거래" 검찰發 보도… 알고보니 공소장 '오기'
  • 지난 9~10일 KBS가 검찰의 수사기록과 공소장을 토대로 김건희 씨(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연속 보도한 것을 두고 "생태탕 보도에 버금가는 초대형 오보가 터졌다"는 지적이 KBS 내부에서 제기됐다.

    KBS는 해당 기사에서 "김건희 씨 명의 주식계좌끼리 (통정)거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고 단독보도했으나, 이는 검찰이 잘못 기록한 공소장 내용을 KBS 취재진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내보낸 '오보'였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KBS는 미디어오늘에 "검찰의 '오기' 사실을 확인하고 시청자들에게 이를 신속하게 전했을 뿐 아니라, 첫 보도를 포함해 보도 전반의 본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오보라는)일각의 주장은 과도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으나, 사내 일각에선 "검찰의 오기를 그대로 보도한 것 자체가 명백한 오보"라는 주장이다.

    "수사기록 익명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김씨로 잘못 기록"

    KBS는 지난 9일 <김건희, 2010년 5월 이후 주식 거래 없다더니… 40여 건 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것은 맞지만 주가조작 범행 이전이라 범죄와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해왔으나, 취재 결과 주가조작 범행 기간에 김씨 계좌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다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10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40여 차례"라고 강조한 KBS는 "모친 최은순 씨와 주식을 사고팔거나, 여러 증권사에 개설한 김씨 명의 주식계좌끼리 거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는 지난 14일 <검찰, '도이치'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앞서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 기사에서 KBS는 "지난 11일 검찰이 '김씨 명의 계좌끼리 거래했다'는 공소장 내용을 '김씨와 다른 사람 계좌 사이의 거래'로 변경했다"며 "이는 수사기록을 익명화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이름이 비슷한 사건 관련자의 이름을 검찰이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수상해진 KBS의 단독보도… 대선에 오물 뿌리고 어물쩍 덮겠다고?"

    이와 관련, '공정방송과 미래비전 회복을 위한 KBS 직원연대(약칭 '직원연대')'는 지난 15일 '더 수상해진 KBS의 단독 보도, 대선에 오물 뿌리고 어물쩍 덮겠다고요?'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앞서 주가조작 관련 보도가 검찰의 협조 하에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성명을 공개한 직후 보도본부의 한 간부로부터 '검찰이 생산한 문서는 맞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서 확보했으며 검찰의 협조를 통해 받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천명해왔던 취재 원칙은 지킨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직원연대는 "우리가 통화한 보도본부 간부의 말처럼 그 리포트가 독립적으로 취재·제작된 내용이라면, 취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기록에 오기가 있었던 부분과, 수사기록을 익명화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씨와 이름이 비슷한 관련자의 이름이 혼동됐을 수도 있음을 확인할 책임은 KBS에 있다"며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방송한 책임 역시 검찰이 아닌 KBS에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9~10일의 리포트는 KBS가 관련 내용을 엄밀하게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오보"라고 강조한 직원연대는 "검찰이 잘못 쓴 내용을 KBS가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무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우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 리포트가 방송되기 전부터 추가적인 사실 확인의 필요성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보고됐다"는 또 다른 사실을 폭로했다.

    공소장에 김건희 씨와 이름이 비슷한 관련자가 있어 이를 제대로 검증할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음을 밝힌 직원연대는 "그런 경고가 없었더라도 제작진이 공소장을 제대로 분석하고, 사실 확인을 하는 기본적인 원칙만 지켰다면 검찰 자료의 문제를 파악하고 오보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연대는 "그런 오보의 가능성에 대해 이미 경고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보도를 강행했다는 것은 보도의 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취재윤리가 결여됐거나, 어떤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직원연대는 "이번 오보사태는 △취재-제작 과정에서의 '무능' △취재의 진실성을 확보하려는 '책임감의 결여' △취재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부정하는 '오만과 편협함' △그리고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저급한 저널리즘 윤리'가 총망라된 부실의 종합세트"라고 꼬집었다.

    "'검찰 받아쓰기' 하지 말자던 구호는 결국 헛소리"


    KBS노동조합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KBS노조는 같은 날 'KBS뉴스 김건희 오보 대형참사 책임져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KBS 보도는 당파성에 근거한 반대진영 주요인사에 대한 흠집 내기라면 '피의사실 공표자제'라는 건, 헌신짝처럼 내던질 수 있다는 언론의 야비한 속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 받아쓰기를 하지 말자던 구호는 결국 헛소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를 가리키며 "지난해 언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검언유착 보도가 떠오른다"고 언급한 KBS노조는 "최근 유력 대선후보 부인에 대한 법인카드 부당사용을 정확하게 지적한 KBS의 단독보도에 많은 시청자들이 호응했는데,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가 이런 분위기에 싸늘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사회부장이란 자는 단독보도를 물어왔다며 흥분해서 오버(Over)하고, 보도국장은 그 기세에 떠밀려 팩트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모른 척하고, 보도본부장은 멍 때리고 있었던 경우가 이번 사건의 진실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든다"며 "제작책임자가 스스로 흥분해 오버하기 시작하면 오보참사는 불가피하다. 방송 직전까지 계속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게 기자의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선 국면에서 특종은 당연시되지만 낙종이나 오보는 참사로 낙인찍힐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버신공(Over-神功)' 제작책임자를 문책하고 당장 보직 해임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유권자 선택권 방해하는 허위보도… 엄중한 책임 물어야"


    '20대 대통령 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약칭 '국민감시단')'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KBS 보도는 과거 △KBS 검언 유착 △생태탕 △나경원 피부과 진료비 1억원 등과 같은 허위 방송의 전형"이라며 "허위보도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방해하고, 해당 방송사와 구성원들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편파 방송보다 훨씬 위중해, 재발방지 차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국민감시단은 지난 17일 배포한 성명에서 "윤석열 후보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KBS 보도는 윤 후보와 김건희 씨 개인에게 거짓말과 부도덕성, 범죄 연루 이미지를 씌우는 데 악용됐다"며 "보도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김씨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대대적인 공세를 폈고, 한 신문은 KBS 보도를 토대로 김씨의 거래액이 5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해 윤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국민감시단은 "KBS는 지난 9일자 보도가 잘못됐음을 뒤늦게 알고 14일 검찰발로 오보를 시인했으나, 그 수위와 분량은 9일자 2개 리포트보다 크게 낮았다"며 "다른 매체들이 오보 사실을 가볍게 전달함으로써 윤석열 후보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한계를 보여 사실상 선거를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허위방송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모든 인물을 다음 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힌 국민감시단은 "아울러 선거방송 특별 심의규정 4조 정치적 중립, 8조 객관성 12조 사실 보도, 17조 출처 명시 위반으로 선관위에도 고발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