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김영종 전 지청장 등 공수처 수사심의·인사·자문위원 통신도 조회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만 20여 명 뒤져… 공통점은 "공수처 비판, 검찰개혁 비판'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민간인 사찰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들이 위촉한 인사위원·수사심의위원·자문위원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1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해 10월13일 한 이동통신사를 통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공수처 수사심의위원)의 전화번호·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가입일·해지일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공수처 수사심의위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방향이나 구속영장 청구가 적법한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검찰 수사심의위와 비슷하게 외부인사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공수처가 설립된 이후 위원 소집이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창현 교수, 과거 언론에서 공수처 수차례 비판

    이 교수는 사법연수원 19기 출신으로 1993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부산지검·수원지검 검사를 지낸 바 있다. 이후 1998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02년에는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일했다. 

    이 교수는 2021년 12월 '공수처 폐지론'과 관련해 묻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수사 성과가 기본적으로 없으니 수사를 안 하고 사찰만 했느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고, 그래서 폐지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공수처를 비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최근 불거진 공수처의 '사찰 논란'에는 "적법절차를 따랐다고 하면서 유감이라고 하는 것이 상당히 모순적인 표현이고, 말만 인권친화적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대한 감각이라든지 고려도 전혀 없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야당 추천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의 통신자료도 조회했다고 한다. 김 전 지청장을 대상으로 한 조회 역시 공수처 수사3부가 지난해 10월3일에 조회했다. 김 전 지청장의 통신자료는 공수처뿐만 아니라 인천지검·서울중앙지검 등에서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와 김 전 지청장은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는 대학교수를 비롯해 판·검사·변호사 등 여러 실무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형소법학회, 공수처 및 검찰개혁 등 비판 전력

    이 학회 역시 공수처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바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2020년 8월10일,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권고하자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속성을 잃고 정치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경우 정당이 수사권을 장악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이 학회 회원 중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회원은 이 교수와 김 전 지청장을 포함해 20명이 넘는다. 학회는 현재 운영 중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폐쇄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으로 옮겨갈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자문해 달라고 모셔놓고 뭐 하는 거냐"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수처는 자문위원 A씨를 대상으로도 총 4회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 매체에 "자문해 달라고 모셔 놓고는 중대 범죄의 피의자 다루듯이 반복적으로 통신조회를 했다니 너무 화가 난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이 불법사찰 논란 초기 '한 번 조회했을 때 피의자가 아닌 사람으로 판단되면 이후 수사 대상에서 배제시켰다'고 해명했는데, 나는 대체 왜 네 번씩이나 조회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야당 측 공수처장 추천위원이었던 이헌 변호사는 뉴데일리에 "과거 내가 야당 추천위원이던 시절, 공수처 관련 정보를 알려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달린 적 있는데, 공수처의 내부 위원 통신조회는 이런 것이 유출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살펴본 것 아닌가 싶다"면서 "그리고 공수처 내부 위원들은 공수처가 통신자료 조회 근거로 제시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기준도 원칙도 없는 마구잡이 사찰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내부 위원들에 대한 사찰은 공수처 내부에서도 파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