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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카자흐에 공수부대 파견… 진압 시작

LPG 가격 급등으로 시작된 시위… 30년 독재 염증 난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보안군·경찰 사망자 13명 중 2명은 참수당해…카자흐 정부 요청에 러시아 주도 안보기구 개입

입력 2022-01-07 17:28 수정 2022-01-07 18:01

▲ 시위대가 몰려든 알마티 시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PG 가격 폭등이 촉발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가 점점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폭력시위로 성격이 바뀌어간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대도시에서는 무장한 시위대와 보안군·경찰 간 총격전으로 시위대 수십 명, 보안군과 경찰 1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군 2명은 참수당한 채 발견됐다.

카자흐 대통령, 5일 비상사태 선포하고 내각 총사퇴… 6일 시위대와 보안군 간 총격전 발생

영국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수도 누르술탄(구 아스타나) 등 전국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발동했다. 내각은 총사퇴했다.

하지만 6일 시위는 더 격화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의 시청과 누르술탄의 대통령 관저를 습격해 점거하자 보안군이 나서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통신들에 따르면,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대 수십 명이 사망했고, 보안군과 경찰 또한 13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40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다. 보안군은 “밤새 수십 명의 시위대를 제거했다”고 표현해 외신들의 비판을 받았다.

LPG 가격 폭등으로 시작된 카자흐스탄 시위… 30년 독재체제 향한 분노 더해져

시위가 처음 시작된 날은 지난 2일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차량용 LPG 가격을 2배 이상 올린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시위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카자흐스탄 정부는 가격상한제와 정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차량용 LPG를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묶어 뒀다. 1990년부터 30년 이상 계속된 독재정권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9년부터 차량용 LPG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LPG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문제는 LPG 가격이 폭등하자 다른 생필품 가격도 오른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문제가 지난 30년간 독재를 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와 정부를 만든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분노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0년 카자흐스탄이 소련에서 독립한 뒤부터 2019년 3월까지 5선 연임에 성공했다. 

나자르바예프는 대통령을 그만둔다고 해놓고도 국가보안위원회(국가안보회의에 해당) 의장과 집권 여당 대표직을 계속 맡았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 담당자였다. 아스타나였던 수도 이름을 누르술탄으로 바꾼 사람이 바로 토카예프 현 대통령이다.

▲ 알마티 국제공항에 내리는 러시아 공수부대원들. 러시아 공수부대는 스페츠나츠 다음가는 정예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직후 주요도시에서 시위진압 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를 필두로 누르술탄 등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의 강도가 거세지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5일 모든 공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반정부 폭력시위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친중·친러’ 카자흐 정부, CSTO에 지원 요청… 러시아, 최정예 공수부대 2500명 파병

반정부 시위가 점점 거세지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CSTO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체제로, 2002년 결성됐다. 옛 소련에 속했던 벨라루스·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그리고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이 회원국이다. 현재 의장국은 아르메니아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을 받은 러시아는 최정예 전력으로 평가받는 공수군의 연대급 병력 약2500명을 급파했다. 러시아투데이(RT)는 러시아 공수부대 병력이 장갑차로 카자흐스탄으로 출동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공수부대는 카자흐스탄에 도착하자마자 주요 도시의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

중국·러시아 경계하는 카자흐스탄 국민들… 美·EU “러시아, 현지 기관 장악 말라”

카자흐스탄 정부는 다른 동구권 국가들과 달리 친중·친러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주요 회원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해 2017년까지 400억 달러(약 48조1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비교적 경제규모가 크고 자원이 많은 카자흐스탄의 행보를 본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도 ‘일대일로’에 뛰어들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CSTO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옛 소련 시절을 향한 향수가 없고 독재체제에 불만인 국민들은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의 친중·친러정책에 불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 공수부대를 보내 직접 시위를 진압하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우리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미국과 세계는 (러시아군이 카자흐스탄에서 저지를지 모르는) 인권침해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군에 의한) 카자흐스탄 주요 기관 장악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카자흐스탄 사태를 촉발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정치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같은 날 “카자흐스탄 사태에 따른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피해야 할 기억을 되살렸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민간인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며 “EU는 카자흐스탄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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