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삶을 '위기'로 규정, 文정부와 차별화… '가족사' 언급 안 해 리스크 관리"부강부약이 아니라 억강부약이라니…'자유' '공정' '상식' 외친 윤석열과 대비돼"
  •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흙수저 비주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과를 만들어 온 저 이재명이야말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며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억강부약(抑强扶弱·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줌)이라는 키워드를 내건 이 지사의 출마선언문은 '자유'를 강조한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비된다.

    이재명, 출정식부터 "대한민국 국민 삶 위기"

    이 지사는 이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한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영상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을 "위기"라고 표현했다. 비문(非文)인 이 지사가 대선 출정식부터 문재인정부와 선을 그으며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 취약계층이 돼버린 청년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고 지적한 이 지사는 "국민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인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정치는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자신이 위기를 이겨 온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사는 "위기를 이겨 온 사람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회는 누구나 활용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위기의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불가능해 보이던 계곡 불법시설을 정비한 것처럼,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제한을 강화하겠다"며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그리고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호언했다.

    경제정책으로는 △규제 합리화 △미래형 인적자원 육성 시스템을 통한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 △문화 콘텐츠 강화를 위한 문화예술 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다.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 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이 지사는 "대공황 시대 뉴딜처럼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대대적 인프라 확충과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으로 투자기회 확대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지속적 공정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기본소득' 추진 방침도 밝혔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가족사 제외... 리스크 관리

    이재명 지사는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형과 형수 관련 가족사를 제외하고 기본소득 등 주요 정책방향만 담았다. 지난해 10월 '친형 강제 입원' 사건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와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형수를 향한 막말을 상기시키지 않기 위한 '가족사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출마선언문을 두고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아주 다이내믹하다. 초반에 나갔던 사람들이 끝까지 대통령 되는 예가 별로 많지 않다"며 "이 지사도 끝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계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억강부약'을 언급하며 "무릇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부강부약(扶强扶弱·강자와 약자를 모두 도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야 주자들만 20여 명, 대선후보 난립

    한편, 이날 여야 대선후보들의 출사표가 이어졌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자산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새 시대의 정의다. 1가구 1주택 국가책임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문재인정권이 경제·부동산·외교·안보·공정·정의 붕괴로 대한민국을 망치고 말았다"며 "무책임·무원칙·무능력 3무(無) 정책으로 정부는 더 이상 제 기능을 상실하고야 말았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며 대권 도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두관·박용진·이재명·이낙연·이광재·양승조·정세균·추미애·최문순 등 9명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유승민·원희룡·안상수·윤희숙·장기표·하태경·황교안 등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고, 안철수·김태호·홍준표·장성민 등이 대권주자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