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고 부당한 업무지시, 모욕적 언행으로 직원 사망"… 네이버 본사 앞 기자회견"사측 묵인·방조한 업무상 재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요청 진정서
  • ▲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A씨가 상사로부터 무리한 업무지시와 지속적인 모욕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이버 경영진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2년 가까이 묵인·방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노조는 이번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네이버노조 '공동성명'은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네이버노조는 지난달 25일 A씨가 사망한 이후 두 차례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과 데이터 보존을 요구했다. 그간 노조는 동료 증언, 과거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재조사해 이날 처음 그 결과를 발표했다.

    "1시간도 못 쉬고 밤 10시 이후에도 근무… 휴일·휴가 때도 답장"

    노조는 A씨 죽음의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지나친 업무지시에 따른 야간·휴일도 없는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 및 폭력적·정신적 압박 △회사의 묵인·방조 등이다.

    노조는 "고인은 지나친 업무지시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상급자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 언행으로 인해 정신적 압박을 받아왔다"며 "2년 가까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과 동료들이 다양한 경로로 조치를 요구했으나 회사가 문제를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업무과다에 따른 어려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개발자로 일한 A씨는 지난 5월 네이버 지도 서비스 신규 출시를 앞두고 고강도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난 3월 동료에게 "임원과 미팅할 때마다 내가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면서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담당 임원 B씨로부터 업무영역이 아닌 기획안 작성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것을 비롯해 야간·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해왔다는 것이다.

    A씨를 대상으로 한 평가와 보상 등 인사 전반을 결정할 권한이 있던 B씨는 회의 중 물건을 던지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면박을 주거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언급하며 압박을 줬다고 노조는 밝혔다. 

    A씨는 주말을 비롯해 평일에도 하루 1시간도 쉬지 못하고 밤 10시 이후에도 일했으며, 휴가 중이거나 밥을 먹다가도 연락이 오면 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인혁·이해진, 고충 듣고도 '모르쇠'… 보고한 직원 일부 직위해제

    노조 측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이상 회사에 어려움을 토로했으나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노조는 경영진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네이버 직원들은 B씨와 최인혁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B씨의 과거 행적을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B씨는 자신의 일부 행적을 인정했으며, 최 COO는 "B씨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에게 말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나에게 말해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후 직원들은 같은 해 5월 최 COO를 찾아 "B씨가 '당신은 패착이다' '너는 이 일 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폭언을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폭로 이후 조치가 취해지기는커녕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일부 직원을 직위 해제했다.

    또 지난 3월4일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대표가 참여한 노사협의회에서 'B씨가 임원급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인사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네이버노조 "직원 죽음은 회사가 지시·방조… 명백한 업무상 재해"

    네이버노조는 "A씨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사고이며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더욱 상세한 내용을 조사할 예정이며, 회사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책임자 엄중처벌 등을 요구했다.

    40대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평소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이버노조는 A씨를 포함해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신고가 어려운 정황을 발견하고 이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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