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고소득층-저소득층 사교육비 최대 5.1배 차이
-
-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생들 전체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은 대폭 감소했지만 고등학생은 오히려 늘어났다. 또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최대 5배 차이가 나는 등 소득별 격차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입시학원이 늘면서 학생들의 전체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 참여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사교육은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필요에 따라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교육을 말한다. 학원·개인과외·그룹과외·방문학습지에 인터넷 및 통신강좌 등의 수업을 포함한다.9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생·중학생의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은 줄어든 반면 고등학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학생의 경우 진로‧진학이 시급한 상황이라 온라인 수업에 따른 부족한 학습량을 사교육으로 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또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최대 5배 차이가 나는 등 소득별 격차는 더욱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교원단체는 코로나19로 학원이 집합금지 조치를 여러 차례 당했는데도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과 교육 격차가 지속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대책'도 실효성 없는 현 정부의 '정책 밀어붙이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증가교육부와 통계청은 이날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비 지출 방식의 급격한 변화로 연간 통계를 산출하는 대신 지난해 3∼5월, 7∼9월 6개월간의 통계만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국 3000여 초‧중‧고교 학생 8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9조3000억 원으로 전년도 10조5000억 원에 비해 11.8%(1조2000억 원) 감소했다.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해 3조5777억 원으로 전년도 4조7837억 원보다 25.2%나 줄었다. 중학생도 2조5917억 원으로 전년대비 1.8% 감소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3억1155억 원으로 전년보다 0.3% 올랐다.전체 학생 중 비용을 지불하고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은 1년 전 74.3%보다 7.9%p나 줄어든 66.5%로 확인됐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최저치다. 이전까지는 2016년 67.8%가 가장 낮은 참여율이었다.사교육 참여율 역시 지난해 초등학생의 경우 69.2%로 전년의 83.1%에 비해 13.9%p나 감소하고, 중학생도 66.7%로 전년 70.9%에 비해 4.2%p 줄어들었지만, 고등학생은 0.3%p 증가한 60.7%로 나타났다.학교 수업 제대로 안 되니… 대입 앞둔 고교생, 사교육 의존도 높아져전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사교육비(총 사교육비를 전체 학생 수로 나눈 값)는 월평균 28만9000원으로 전년 32만1000원보다 4만 원(10.1%) 가까이 줄었다. 다만 고등학생은 월평균 38만8000원을 지출해 전년도보다 2만2000원 늘었다. 비율로는 전년보다 5.9% 상승한 수치다.사교육을 받은 학생 1인당 비용은 43만4000원으로 전년도 42만9000원에 비해 1.1%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31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9.0%(3만1000원) 줄었지만 중학생은 49만2000원으로 2.5%, 고등학생은 64만 원으로 5.2% 늘어났다.이들 수치를 살펴보면 고등학생의 경우 코로나19와 관계없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이 모두 증가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등학생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도 주당 5.8시간에서 5.9시간으로 늘었다. 6.7시간에서 4.6시간으로 줄어든 초등학생,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감소한 중학생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교육비 지출 최대 5.1배 차이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가구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가구는 월소득 최고 구간인 '800만 원 이상'이었다. 이 구간 가구에서는 한 달 평균 학생 1인당 50만4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구간인 '200만 원 미만 가구' 9만9000원의 5.1배였다.사교육 참여율 역시 '800만 원 이상' 구간에서 80.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700만 원 이상∼800만 원 미만' 79.9%, '600만 원 이상∼700만 원 미만' 74.2%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 최저 구간인 '200만 원 미만'에서는 39.9%의 학생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교육부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조사는 연간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특정 월 기준 통계이니 자료 사용 시 유의해야 한다"며 "학교와 지역 등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만 산출한 결과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국교총 "정부의 사교육 대책 땜질식으로 실효성 없어"같은 날 교육부는 '사교육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초등학교 1~3학년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기간제 교사 2000명 배치 △초등학교 4~6학년 학습‧상담 지원을 위한 온라인 튜터 4000명 채용(교원자격 소지자, 예비교사 등)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지원 등 일반고 중심 고교체제 안착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 △방과 후 학교 정상화 및 돌봄교실 확대 등이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교총은 보도자료에서 "비대면 수업에 더해 사교육도 참여하지 못한 저소득층은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에서 소외돼 교육 빈익빈부익부가 더 심화된 게 걱정스럽다"며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전면 실시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한국교총은 정부의 '사교육 대책'도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보도자료에서 한국교총은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을 보면 도입 수준‧여부조차 불투명한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 기간제 교사‧온라인 튜터 같은 땜질식 인력 수급 등 실효성 없는 대책만 제시하고 있다"며 "일반고 중심 고교 체제 안착과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 등의 정책을 마치 사교육 경감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기저기 제시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비판했다.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기간제 교사와 온라인 튜터에 이어 방과 후 학교 정상화와 돌봄교실 확대를 위한 인력 채용은 모두 학교와 교사의 부담이 된다"면서 "지금 일선학교는 온‧오프라인 수업과 방역 조치로 여력이 없는데 인력 채용 부담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인력 풀을 구축해 필요한 학교에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