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110석, 탄핵 요건 151석에 못 미쳐… "범죄 여부와 별개로 도덕적 탄핵" 목소리 확산
  • ▲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이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은 적도, 만류한 적도 없다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김 대법원장이 검찰에 고발당한 혐의는 직무유기·직권남용·명예훼손 등이다. 여기에 허위공문서작성죄도 거론된다. 

    형사법상 위법 여부와 별개로 임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한 헌법적 판단, 즉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서는 범죄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김 대법원장의 조건 없는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태가 들불처럼 번졌다. 

    활빈단‧법세련 등 시민단체 고발 줄이어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김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한 고발 건수는 2건이다. 시민단체 '활빈단'이 이날 오전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지난 4일에는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김 대법원장을 직무유기 및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제출한 사표를 국회에서 진행 중인 법관 탄핵 논의를 이유로 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 대법원장 측은 지난 3일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임 부장판사가 4일 당시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금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나"라고 말한다. 여당의 눈치가 보여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거짓이 밝혀진 후 김 대법원장은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존 답변에서 이와 다르게 답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직권남용‧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죄 성립 가능성 多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형사법상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직권남용죄 성립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거부할 정당한 명분이 없었던 만큼, 권한을 남용해 사직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할 경우 성립한다.

    또 다른 혐의로는 직무유기죄가 거론된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성립한다. 

    법세련은 직무유기 성립 가능성과 관련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되어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이라며 "그러한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백히 직무를 유기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당시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없고, 일단 치료에 전념하되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정욱도 판사 "金, 헌법적 판단 받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한 탄핵심판 요구까지 나왔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임 부장판사의 재판 관여 행위는 형사절차나 징계절차와는 별도로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며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가 응당 감내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기는커녕 사법부 독립을 본인이 훼손했다"며 "오히려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도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고,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김 대법원장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했다. 
     
    실제로 야권에서 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하더라도 가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수(151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범야권 의석 수는 110석(국민의힘 102‧국민의당3‧무소속5)에 불과하다. 범여권에서 이탈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로 법관으로서 도덕성 흠결과 사법부 중립성 훼손 사실이 드러난 만큼, 범죄 성립과 별개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법원장은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이 확인됐다"며 "본인과 사법부를 더이상 시궁창에 처박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즉각 사퇴만이 길"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