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변호사 자격 10년→ 7년 완화, '5년 실무' 조건도 없애놓고… "정치중립" 자화자찬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관련 3법의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며 "이제까지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었다.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하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 (규모 면에서) 검찰과 비교가 되지 않고, 공수처가 생겨도 검찰 권한은 여전히 막강할 것"이라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정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지만, 국민들은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후보 추천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 즉시 대통령 긴급재가를 거쳐 곧바로 공포·시행된다. 야당의 마지막 합법적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마저 강제종결된 채 통과된 법이다.

    "공수처, 검찰 민주적 통제 수단"

    문 대통령은 이날도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며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면서도 잘못에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이 없는 성역이었다"고 검찰 비판에 집중했다.

    '공수처가 독재의 수단'이라는 야당의 주장에는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어떻게 독재와 연결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도 2012년 대선에 공수처를 공약했다. 그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 사례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수처는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출범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수처장의 경우 집권여당이 야당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원하는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번에 의결된 개정법은 공수처검사의 자격요건인 '10년 이상의 변호사 자격'을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으로 완화하고, 나아가 '5년 이상 실무경력'을 아예 없애버렸다. 친여 성향인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 등 실무경력이 없어도 공수처검사로 대거 중용되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원전·라임·울산 사건 檢수사 무력화 가능성

    또한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검찰 등)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경우 응하도록 한 것'(24조 1항)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것'(24조 2항) 등으로 인해 현재 검찰이 현 정권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사건을 빼앗아와 무력화 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등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정권 초기에 왜 곧바로 추진하지 않고 하반기 들어서 본격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에 '내로남불' 잣대

    문 대통령이 검찰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이유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꼽힌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 상관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희생된 것으로 여겨 울분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검찰의 비인권친화적 적폐청산 수사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를 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변창훈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게 애도를 표한 바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적폐청산이 부담된다고 우려한 홍파스님을 만나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 바른 것을 드러냄)이라는 불교계 용어로 되받아치며 정당화했다. 적폐청산이 자신의 '정적 제거'에 공헌한 가치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文 공수처 '정치적 중립' 언급은 자가당착"

    야권에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믿지 못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법까지 개정해 공수처장마저 정권 입맛대로 지명하려 하면서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정의롭고 부패 없는 나라를 그토록 원하는 대통령께서는 왜 여지껏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으셨나. (공수처는) 권력유지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공수처법 개정안과 관련 "야당의 비토권을 훼손하는 것은 공수처가 스스로 독립성·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을 선언하는 꼴"이라며 "무리하게 출범한 공수처가 과연 제대로 진정한 검찰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한 상태로 출범하기 때문에 그저 끝없는 정쟁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