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특활비, 대외비인데 다른 의도 있다" 비판… 여야, 현장조사 나서 대검·법무부 조준
  •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과 관련한 현장검증에 나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의혹 제기가 발단이 된 현장검증에 법조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활비 용처 확인 자체가 잘못인 데다, '추미애 법무부'가 예산을 쥐고 검찰을 압박하려는 저의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특활비 관련 법무부 및 대검 소관문서 검증에 들어갔다. 여당은 대검의 특활비 사용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며 특활비 배정 과정과 용처를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은 법무부의 특활비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대검 특활비 현장검증… 법조계 "검찰, 정치에 휘말렸다"

    이날 법무부에서는 고기영 법무차관, 인권국장을 제외한 각 실·국장이, 검찰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법사위원들을 상대로 특활비와 관련한 보고를 했다. 

    구체적인 보고 내용은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연도별 특활비 집행현황, 집행기준 및 지침, 기관별 배정 현황 등이다. 

    법사위는 법무부의 경우 교도소·보호소·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소속기관이 집행한 특활비도 살펴본다. 대검과 관련해서는 각급 검찰청이 집행한 특활비도 검증 대상이다.

    법조계는 이날 국회의 현장조사에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쓰이는 경비인데 검찰의 특활비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수사기법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현장조사를 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특활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냐"고 비꼬았다.

    이 변호사는 또 "특활비는 수사비로 쓰라고 주는 것인데 영수증을 남기지도 않고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검찰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매우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청와대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을 너무 지켜보고만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활비를 국회에서 들여다봐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법적 근거가 있으니 현장조사에 나섰겠지만, 조사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활비 자체가 특수성을 고려해 어디에 쓰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대외비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국정감사도 아니고 지금 시점에서 검찰 예산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검찰의 패를 다 공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앙지검 특활비, 재경지검·수도권지검 전체보다 많아"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추 장관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쟁에서 시작된 싸움이 검찰로 번진 격인데, 이 상황이 과연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단순히 어느 기관이 더 특활비를 많이 썼나 따져보겠다는 정치적 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통상 특활비는 관행상 법무부나 대검, 청와대까지 비공개로 사용해왔는데 이 상황은 추 장관 한마디로 시작된 것 아니냐"며 "추 장관이 결국 수사권에 이어 특활비를 이용해 윤 총장의 목을 조르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이 수사비로 쓰이는 특활비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무리수"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윤석열 총장을 향한 정치공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은 윤 총장이 검찰 특활비를 임의로 사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 역시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며 사용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6일 대검 감찰부에 대검과 각급 검찰청의 특활비 지급·배정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추 장관과 여권은 윤 총장이 가장 많은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보내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매월 평균 8000만~1억원 상당의 특활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서울 동부·서부·남부·북부 등 다른 재경지검과 의정부·인천·수원 등 수도권지검에 지급되는 특활비를 합한 액수보다도 더 큰 규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에게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면 집행권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주머닛돈으로 착복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연간 10억~20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배정받는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도 투명하고 형평성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