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대변인 “현재 104개국이 나이지리아 후보 선호”… 만장일치 선출관례 깨질 듯
  • ▲ 차기 WTO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기 WTO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세계무역기구(WTO) 한국인 사무총장 선출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보다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을 지지하는 회원국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WTO 대변인 “164개 회원국 중 104개국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의에서 ‘WTO 트로이카’ 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회원국이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을 지지했다면서 “이날 회의에서 유명희 본부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나라는 미국뿐이었다”고 전했다.

    ‘WTO 트로이카’란 WTO를 주도하는 기구의 최고 책임자로, 일반 이사회 의장, 분쟁해결기구 의장, 무역정책검토기구 의장을 말한다. “회의에 앞서 이뤄진 WTO 신임 사무총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 회원국은 104개국인 반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 나라는 그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미국은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USTR은 성명에서 “유 본부장은 (WTO) 조직의 효율적인 리더로서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면서 “중대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WTO를 이끌려면 현장 경험을 갖춘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만 유명희 본부장 지지…만장일치로 사무총장 뽑던 WTO 관례 깨질 수도

    “지난 25년 동안 다자 간 관세 협상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분쟁조정체계는 통제가 안 되며, 투명성 의무를 이행하는 회원국도 적은 것이 WTO의 문제”라고 USTR은 주장했다. 미국은 또한 지난 25일 세계 각국 공관에도 “차기 WTO 사무총장과 관련해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와 WTO 간의 갈등, 나이지리아 후보가 중국 등과 친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세계무역규칙을 위반했다”는 WTO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WTO는 지난 9월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WTO는 이보다 앞서 10월 13일에도 “EU(유럽연합)는 미국 정부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최대 40억 달러(한화 약 4조5300억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미국이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장애물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WTO는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9일까지 단일 후보가 정해지지 않으면 투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보도다. 일각에서는 때문에 “차기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동안 사무총장 선출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