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자리 빼앗는 것 아니다"… 황덕순 정일영 고민정 '조직적 해명' 나섰다 '조직적 역풍'
  • ▲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 ⓒ뉴시스
    ▲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요원 정규직화를 두고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기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라며 황당한 해명을 내놔 논란을 더 키웠다. 특히 청와대가 해명을 위해 선택한 곳은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등 친여성향 매체여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30 분노 폭발하자 김어준 찾아간 靑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해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해명했다. 황 수석은 방송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현재 공사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은 "청년 취업의 어려움과 관련한 정부의 과제를 (이번에) 많이 던지고 있지만 (채용의 공정성 문제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취업준비생분들께서 여러 가지 취업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고 말을 흐렸다. 곧바로 방송 진행자 김어준 씨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하자 황 수석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황 수석은 전날에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같은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하루 사이 그가 찾아간 언론사는 모두 친여성향 매체로 평가받는 곳이다. 
     
    "응시 희망자들은 상당히 큰 기회" 황당 주장

    정규직 전환 기준도 논란이다. 직고용 대상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국공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 1000여 명이다. 이들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등 적격심사만 통과하면 무난히 직고용된다.

    반면, 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한 800여 명은 일반인과 함께 공개채용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직무적성검사(NCS)를 통과하지 못하면 직고용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 황 수석은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안검색 일자리 1900명을 전환하는데 그중 반은 사실 2017년 5월 이후 들어온 분들이라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응시를 원하시는 분들은 사실은 상당히 큰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들어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라 이미 공항에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던 분들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 일은)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일영·고민정 지원사격에… 조직적 '역풍' 확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논란 진화에 가세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안검색요원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공사의 신규 공채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 공채의 문은 과거와 똑같이 취업준비생에게 열려있다"며 "오해가 많다.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가로채간다고 성토하고,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이 5000만원대로 오른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야당 일각도 로또 정규직이라며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죄악시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여권의 조직적 대응에 야권도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역풍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태경 "靑, 대규모 취업비리 저질러놓고도 자랑질"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일자리수석의 변명은 청년들에게 국가정책이 이러니 희생하고 반칙도 범죄도 이해하라는 전형적인 궤변"이라며 "청와대가 대규모 취업비리를 저질러놓고도 훌륭한 일을 했다고 자랑질"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인국공 정규직은 토익 만점, 컴활(컴퓨터활용능력) 1급에 겨우 서류 통과하고, 고시 수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공부해서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을 뚫어야 되는 자리"라며 "청년들의 소박한 바람은 기존 정규직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되는 것처럼 비정규직 전환도 공정한 경쟁을 통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주창한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인이 친 사고에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인국공 로또 취업 즉각 취소하고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수 있도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기회는 평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게 아니라 대통령 한마디에 결과를, 실적을 맞추려고 하는 척하는 정부"라면서 "기회를 평생 가져보지도 못한 청년들의 절규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3일 처음 게시된 지 이틀 만인 이날 오후 23만1380명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