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제출한 의견서 검토 후, 26일 30분 진술… 합병비율 산정 절차 위법성 여부 등 관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 경영권 승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 경영권 승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26일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과 이 부회장 측으로부터 제출된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사전 검토한 후 이날 약 30분간 양측의 진술을 듣는다. 30쪽짜리 의견서와 30분간의 진술에 양측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검찰로서는 약 1년8개월간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을 대상으로 430여 회 소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온 만큼 자존심을 건 싸움이다. 삼성도 사실상 수장인 이 부회장의 기소만큼은 막겠다는 각오다. 양측은 운명의 '30쪽'과 '30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부정거래행위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일으키는 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합병비율 산정 절차 위법성 여부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사건의 핵심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이다. 양사는 2015년 7월17일 합병 당시 주식 합병 비율을 1 대 0.35로 정했다. 삼성물산 주식 약 3주와 제일모직 주식 1주가 대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 같은 합병 비율 산정 과정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경영승계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이 부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는 반면,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 가치는 줄여 양사 간 주식 합병 비율을 1 대 0.35로 헐값에 산정해 합병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는 시도가 있었고, 이 부회장의 부당한 압력 행사도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삼성물산이 2015년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는데,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주장이다. 

    수사심의위가 합병 비율과 그 산정 절차에서 위법성을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제일모직-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 연쇄 회계부정 의혹 

    이번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의 시발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핵심쟁점이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통해 회계부정을 일으켜 종국에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인 삼성에피스 고한승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 처리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2주가량 앞둔 2015년 7월 초 "2016년 상반기 중 삼성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나스닥 상장계획을 거둬들였다. 검찰은 이 상장 발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의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였다고 주장한다.  

    또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만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은폐됐다고 여긴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의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의 지분 49.9%를 정해진 가격에 매도하는 약정(콜옵션)을 체결한 상태였는데, 이를 고의로 빠뜨린 후 합병 3개월 전인 2015년 4월에야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는 의혹이다. 

    콜옵션은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수사심의위 판단 전망은?

    현재로서는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 자체를 위법으로 보지 않는 자본주의 특성상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로 2017년 10월 일성신약이 당시 제일모직을 상대로 제기한 합병무효소송 1심에서 법원은 "특정인의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은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 설사 그 목적이 부당했다고 하더라도 합병 자체를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강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개혁'을 목적으로 검찰이 자체 신설한 수사심의위 결정을 무시한 무리한 기소 강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