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코로나 격리시설 청소 등 20여 업체와 계약… 대금 지급 시기 되자 단가 최대 27% 인하 요구
  • ▲ 보건복지부. ⓒ뉴데일리 DB
    ▲ 보건복지부. ⓒ뉴데일리 DB
    정부가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의 소독·청소·폐기물 처리 등을 맡긴 용역업체 20여 곳에 최장 석 달 이상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는 일부 업체들에 계약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등 '악덕기업' 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20여 곳의 용역업체는 '보건복지부'의 발주로 3월 중순부터 담당 공무원과 구두(口頭) 또는 문서로 계약했다. 이들은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해 5월 하순까지 맡은 업무를 처리했으나 정부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업체가 대금을 요구하자 4월 초 민간 대행업체를 내세워 당초 체결한 계약단가보다 최대 27%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자금력이 약한 업체 10여 곳은 결국 깎인 단가를 수용했으나, 정부는 그나마 3월분 대금은 지급하지 않다가 2개월여가 지난 이달 11·12일에야 지급했다. 이 신문이 지난 10일 '정부가 전세버스 기사들에 해외 입국자 수송을 맡기고 돈을 주지 않았다'고 보도한 직후다.

    보건복지부, 영세업체에 단가 후려치고 대금 지급 미뤄

    이뿐만이 아니다. 깎인 단가를 수용하지 않은 업체 6곳은 아직 대금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했다. 이 신문은 지난 17일 기준 6곳의 업체가 받아야 할 대금은 모두 합산해 8억(정부 측 주장)~9억원(업체 측 주장)가량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해외입국자발' 우한코로나 감염이 잇따르자 공항에서 외국인 등 격리 대상자를 선별했다. 이들은 곧바로 전국의 격리시설에 수용됐다. 

    정부는 하루 100~300명씩 입소하는 대형 격리시설의 방역·청소·세탁·폐기물 등을 처리해줄 업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확진자 발생을 우려해 계약을 피하면서 정부의 업체 구하기는 난항을 맞았다고 한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 대표는 이 신문에 "우리 같은 작은 업체들에 '확진자 발생'은 곧 생계를 잃는다는 의미여서 모두 나서기를 꺼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일반 용역 단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른 끝에 경기·충남 일대 업체 20여 곳과 계약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부가 3월 이들 업체와 작성한 용역계약서에는 '하루 24시간 상시대기하며, 일을 하게 되면 보건복지부가 일당 30만원에 위험수당 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기간은 '긴급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였다.

    일당 30만원은 일반 용역 단가의 1.2~1.5배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계약을 위임받은 천안시청 공무원은 "당시 정부도 위험한 일임을 감안해 계약금액을 높게 책정했다"며 "원래 일당 25만원짜리 업무를 30만원에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차일피일 지급을 미뤄 업체들 손해가 막심했다"고 덧붙였다.

    용역 대금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한 여행사가 '위탁관리업체'라는 명목으로 정부를 대신해 현장을 지휘하면서다. 이 여행사는 4월9일부터 정부를 대신해 현장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용역비 관련 업무도 이 여행사가 맡았다. 

    이 여행사는 정부가 승인한 노임을 원래 수준에서 하루 5만~8만원 정도씩 깎자고 제안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이 신문에 "방역업체의 경우 위험수당이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위험수당을 뺐다"고 설명했다.

    위험 감수하고 도와줬더니… '바지' 세워 단가 깎자는 정부

    여행사 제안을 받아들인 업체에는 깎인 용역비가 지급됐다. 대부분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여행사 제안을 거부한 업체들에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생계가 막막했던 용역업체 4곳은 지난 5월 보건복지부를 찾아 밀린 용역비라도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업체들은 면담에서 보건복지부 측에 "저희는 100만원이 없어서 죽을 수도, 도산할 수도 있는 처지"라며 "3월분 용역비만이라도 6월5일까지 입금해줄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면담에 나온 복지부 측 관계자는 "나는 계약 담당자가 아니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결국 업체 6곳은 17일까지도 8억~9억원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한 청소업체 대표는 "우리는 영세업체라 대금 지급이 1억~2억원만 밀려도 바로 부도 위기를 맞는다"며 "빚 내서 인부들 일당을 대느라 급한 김에 사채도 3000만원 썼는데 원금은커녕 사채 이자만 70만원씩 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선거용으로 수조원 규모의 재난기금 지급을 전광석화처럼 진행하는 걸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그 돈은 안 아깝고 감염 위험 속에서 일한 일용직에게 줄 9억원은 아깝다는 거냐"고 개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격리시설 운영 초기 용역 단가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며 "지난달 20일 정부 예비비가 편성된 만큼, 이제는 협상이 안 된 업체들에도 용역비 30% 정도는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