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횡령, 안성 쉼터, 주택자금 의혹 모두 "허위 사실" 부인… 여당서도 "부실" 비판
  •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의혹에 대한 입장발표문을 읽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의혹에 대한 입장발표문을 읽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시절 자금 유용과 회계부정 의혹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잠행 11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부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을 찾았다. 오후 1시59분쯤 소통관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포토라인이 마련된 1층 출입구 대신 차량으로 지하로 이동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국회 소통관 2층에 위치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윤미향, 33쪽 분량 성명 22분간 낭독…질의응답은 15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국민 여러분께 납득하실 때까지 소명하고 책임있게 일하겠다"며 "저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게 해드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고 A4용지 33장 분량의 성명을 오후 2시1분부터 2시23분까지 22분간 낭독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안성 쉼터 ▲2015년 한일 합의 내용 사전 인지 ▲남편 신문사 정대협 소식지 제작 ▲탈북자 월북 권유 ▲개인 명의 후원금 모금 ▲주택 구매 ▲딸 유학자금 등 7가지로 분류해 해명에 나섰다.

    우선 윤 당선인은 안성 위안부 쉼터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안성 힐링센터(쉼터)는 실평수 60평에 신축건물이었다"며 "당시 주택 소유자는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9억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을 매도인을 설득해 7억5000만원으로 조정해 매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힐링센터 매입을 위해 경기도 인근을 둘러보던 중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규민 당선인이 지인을 통해 소개해준다고 해 답사하게 됐다"며 "조경과 건물 구조, 교통이 편리했다는 점을 평가해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의혹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의혹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안성 힐링센터를 지난 4월23일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15년 9월 정대협에 사업 중단 및 사업비 잔액 반환과 힐링센터 매각을 요청해 2016년부터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당시 주택의 감가상각으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건물 가치가 하락했고, 4억2000만원에 매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또 남편이 대표 겸 발행인인  수원시민신문에 정대협 소식지 제작을 맡긴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4개 업체의 견적을 확인했고, 최저 금액을 제시한 수원시민신문에 소식지와 디자인 편집·인쇄를 맡긴 것"이라며 "남편이나 제가 어떠한 이득을 취한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탈북자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금전을 지원했다거나 월북을 권유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허위"라며 "저녁식사와 담소를 나눴다"고 전했다.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잘못된 판단"이라면서도 '관행'이라는 자세를 견지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에는 단체 대표자 개인 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총 2억8000여 만원을 모집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다"며 "고발 사실 중 하나로 구체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의혹에 "허위 사실"…증거자료는 제시 안 해

    일가가 집 5채를 모두 현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에는 '가족의 도움'과 '시세 상승'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저와 저희 가족 주택 매입은 어떤 경우에도 정대협 활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딸의 유학자금에 출처와 관련해서는 "딸 미국유학에 소요된 자금은 거의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에서 충당됐다"며 "그 외 부족한 비용은 제 돈과 가족들 돈으로 충당했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발표를 마친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오후 2시24분부터 15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보상금 10억 엔을 할머니들에게 받지 말라고 권유했느냐'는 질문에 "돈을 받는 것은 할머니들 자유이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할머니 탓으로 돌리거나 반대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차원의 의원직 사퇴 제안이 있었는지 물음에는 "없었다"고 못박았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구에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제가 배신자가 돼 있는데, 사실 30여 년 활동했다"며 "지금이라도 사죄 말씀 드리고 싶고 할머니에게 사죄드리려 몇 차례 시도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 마음을 전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선 "나도 설득 안 되는데 야당·국민이 납득하겠나"

    이 할머니의 비례대표 출마를 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아마 할머니가 진짜로 그렇게 국회의원을 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말씀드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에도 의혹은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같은 당 의원인 나도 설득이 안 되는데 야당과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명이라기에는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부실 해명'이라며 윤 당선인을 향해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개는 숙였지만 태도는 당당했고, 죄송하다고 했지만 반성은 없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스스로 사퇴하고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질타했다. 

    황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만이 묻어나는 기자회견"이라며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평가절하했다. 

    한편 이날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에는 3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일본 NHK 등 외신도 다수 눈에 띄었다. 윤 당선인이 질의응답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기자들이 대거 몰려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