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30년 집권' 일궜던 루스벨트 존경한다"… 文 "한국판 뉴딜 과감하게 추진"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토대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재포장하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과거에 머무르면 낙오자가 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국가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한코로나로 인해 국내 민간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국가 주도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침체 탈출 효과를 동시에 거두겠다는 취지로, 1930년대 미국에서 시행한 '뉴딜'이라는 성공 사례를 차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외환위기로 어렵던 시기에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감한 투자로 IT 강국의 초석을 깔았던 경험을 되살려주기 바란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서 디지털 강국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80석 압승 후 자신만만…지지층 강화 전략

    문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180석 압승 한 달 만에 한국판 뉴딜을 주창한 배경에는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선 '지지층 강화 전략'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 후반기 자신감을 얻은 상태에서 최근 여권 인사들이 문 대통령을 조선시대 태종과 세종에 빗대며 치켜세우자, 당시 왕들이 했던 장기집권(18년·32년 재위)까지 노린다는 해석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연합뉴스TV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알기론 세종대왕은 재위기간이 30여 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전반부는 좀 태종스럽고 후반부는 좀 세종스럽게 국민이 볼 수 있게 잘 보좌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 같다"며 "이제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말한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화답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미 2018년부터 좌파세력의 20년 이상 집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루스벨트 대통령 가장 존경"한다는 文

    뉴딜 정책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유권자 다수가 정부 주도 사업에 이해관계를 갖게 했고, 복지 확대와 누진세제로 중산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의 코로나 펜데믹과 비견될 대공황 이후 집권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이 1960년대까지 30여 년에 걸쳐 장기집권하는 업적을 기록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 등을 통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한편, 노조의 권한을 보장하고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동시에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2012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권 인사들의 구상에 야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태종은 아첨이 싹틀 여지를 주지 않았던 군주"라며 "앞다퉈 '문비어천가'를 부르는 친문세력에 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진 "태종은 '마음에 빚졌다' 같은 말 안 해"

    조 대변인은 이어 "태종은 측근에 대한 단죄(斷罪)를 주저하지 않았다"며 "정권 창출 과정에서 고락을 함께한 피붙이의 혐의가 드러날지라도 태종은 '마음에 빚을 졌다'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한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재정안전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한국판 뉴딜'을 이야기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과 각종 규제들로 경제주체들을, 기업들을 벼랑 끝에 몰아놓고서는 기업의 유턴을 운운했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가동을 멈춘 공장, 꽉 막힌 자금 조달 앞에 할 말을 잃어버린 기업들에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말은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라며 "지난 3년간 대한민국 경제 체질을 약화시켰던 소득주도성장부터 폐기해야 한다. 정부 주도 정책이 아닌 민간 주도의 경제로 전환해야 기업이 살고, 국민이 숨을 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