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팀이 취재·보고한 '내부정보'‥뉴스타파 기자에게 넘긴 이모 사회부장, 6일 '사회주간'으로 영전
  • KBS 법조팀 기자들이 보고한 '취재정보'를 다른 언론사에 넘긴 이OO KBS 사회부장이 최근 부국장급인 '사회재난주간'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에선 뉴스 경쟁력의 근간인 취재정보를 타사에 유출한 것은 '영업비밀 누설'에 해당하므로 승진이 아니라 '징계'를 내려야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이OO 신임 사회주간 등의 승진 인사발령이 나자 KBS 법조팀 기자들과 KBS 1·3노조는 기명 성명으로 보도본부장의 해명과 인사철회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러한 내부 반발에 대해 7일 현재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조팀이 취재한 '대검 관계자' 발언, 뉴스타파 기사에 등장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6일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사회재난주간으로 승진한 이OO 사회주간은 지난달 뉴스타파의 심OO 기자에게 자신이 보고받은 취재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이 정보는 지난 3월 KBS 검찰 출입기자가 사회부 데스크에 보고한 내용으로,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도록 이XX에게 돈을 맡긴 사람은 권OO"라며 "이를 김건희(윤석열 검찰총장 아내)라고 쓴 뉴스타파 보도는 잘못됐다"는 대검찰청 관계자의 발언을 담고 있었다.

    이 발언은 지난달 9일 보도된 뉴스타파 기사(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사실관계 틀렸다)에 그대로 인용됐다.

    심 기자는 이 기사에서 "'뉴스타파가 경찰보고서를 오독했다'는 주장을 검찰이 한 달 전부터 유포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뉴스타파가 문장의 주어를 잘못 해석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이 대검 관계자가 한 달 전부터 출입기자들을 통해 유포해 온 주장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가 검찰의 '해명논리'를 그대로 받아 썼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KBS 법조팀 기자 6명은 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OO 신임 사회주간은 법조팀 기자의 취재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톡으로 그대로 전송했고, 그 보고가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뉴스타파 기사가 보도된 뒤에야 그 사실을 밝혔다"며 뉴스타파가 기사에서 인용한 '한 언론사 정보보고'가 다름아닌 자신들이 회사 내부용으로 정보보고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정보보고를 타사에 '복사·붙여넣기'한 사회부장"


    기자들은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이 주간은 '사안을 잘 아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취재를 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예민한 기사가 쏟아지는 법조팀에서는 어느 누구도 보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이미 우리의 내부 취재물은 뉴스타파의 오보 논란을 해명하는 반박 기사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이 사실을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에게 알리자, 보도본부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협회 보도위원회에서 "이OO 사회부장이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번 일이 작용돼 부서장 평가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은 "이런 상황에도 경영진은 6개월 일한 사회부장을 이례적으로 주간으로 영전시키는 인사발령을 냈다"며 "그동안 본부장과 국장이 밝혔던 입장은 다 무엇이었냐. 본인 입으로도 이번 일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이OO 사회부장이 KBS의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사회주간의 적임자라고 하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냐. 이런 사람을 사회주간으로 발령한 기준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KBS노동조합도 7일 배포한 성명에서 "KBS 기자가 현장에서 땀 흘리며 찾아낸 정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사의 방어논리에 이용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이를 유출시킨 장본인이 바로 사회부장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회사 망치면 승진시키는 '거꾸로 인사', 보란 듯이 실행"


    KBS노조는 "양승동 사장 체제 이후 KBS 구성원들간의 신뢰와 원칙이 무너진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취재정보 유출 사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수뇌부는 책임을 따지고 신뢰와 원칙을 바로 세우는 대신, 구성원들에게 유출 당사자를 승진시키는 것으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이뤄진 인사는 비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참사 그 자체"라며 "능력과 상관없이 제식구 챙기기의 전형을 보여줘 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망치면 승진을 시키는 '거꾸로 인사'를 보란 듯이 실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공영노동조합은 같은 날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OO 신임 사회주간이 업무상 취득한 영업비밀을 엄수한다는 회사 사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규정을 위반하는 사안인 만큼 인사위원회 개최가 가능하고, 이에 앞서 감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취업규칙 제6조 '업무상 비밀엄수'에 따르면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업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