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재벌 김병관 “지역 사정도 모르면서” 언론인 김은혜 “그동안 한 것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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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 갑 지역구가 여야 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역 의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가 붙은 이 지역에 양당 수뇌부까지 출동했다. 두 후보의 눈에 띄는 경력까지 더 해져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 ▲ 분당에 출마한 김병관·김민수 민주당 후보 지지 유세를 하는 이낙연 전 총리. ⓒ정상윤 기자.
김병관 더민주 후보 “갑자기 공천 받아 왔으니 지역 알 턱 있나”
김병관 민주당 후보는 게임기업 ‘웹젠’을 키운 IT기업인이다. 신고 재산이 2311억원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선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은혜 통합당 후보는 MBC 기자와 앵커, MBN 특임이사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다. 신고한 가족 재산은 212억원에 달한다.
분당에 10년 넘게 거주했고, 사업도 이곳에서 했던 김병관 민주당 후보는 현역의원이라는 장점을 강조하며 김은혜 통합당 후보를 향해 “그동안 강남에서 표갈이 하던 분이 이번 총선에 갑자기 이 지역에 출마해 지역 정서도 모르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분당 갑 지역은 분당과 판교 일대의 사정을 고려한 주택 및 주민지원 대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 최근 급등한 공시지가 문제 해결 및 재산세·종부세 공제한도 확대를 통한 1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문제 해소, 재건축 규제 완화 특례 등을 약속했다. 또한 분당·서현 지역 교육 인프라도 대거 확충하겠다고 김병관 후보 측은 공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분당 갑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지역 주민이 당선이 돼야 주민들의 숙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김병관 후보 측 주장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권을 비판하면서 지역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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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유세 중인 김은혜 통합당 후보. ⓒ정상윤 기자.
김병관 후보 측은 “지금 통합당 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지만, 정부가 뭔가 대책을 내놓거나 추경예산을 편성·통과시키려 할 때마다 의회를 공전시키는 등 발목만 잡았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결과도 내놓기 전에 반대부터 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 국가 위기 때는 일단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은혜 통합당 후보 “지역민들이 물어봐 달라더라. 그동안 뭐했냐고”
이에 김은혜 통합당 후보 측은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봤더니 김병관 후보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로는 선거 때 했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더라”면서 “지역 주민들이 우리 후보에게 ‘김병관 의원, 당선된 뒤에 그동안 뭐하고 살았느냐’고 물어보라고 부탁하더라”고 반박했다.
“김병관 후보가 내놓은 지역 공약을 보면 상당수가 현실과 맞지 않고, 본인의 공약과 당의 기조가 정면 배치되는 부분도 있더라”고 김은혜 후보 측은 지적했다. 부동산 공약이 대표적이라는 게 김은혜 후보 측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를 더 걷기 위해 공시지가를 대폭 올려 꼼수 증세를 했고, 재건축 규제도 강화한 상황인데 김병관 후보가 어떻게 분당 갑에만 특례를 적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김은혜 후보 측은 이어 “김병관 후보는 특히 서현동 110번지 개발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 지역 주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정부가 23만1400㎡(약 7만평)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거단지를 건설하려는 곳이다. “문제는 이곳 도로는 지방도뿐이어서 교통 혼잡이 예상되고, 인근에는 학교도 없어 대규모 주택단지가 생기면 교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럼에도 김병관 후보는 여기에 무관심하다”는 게 김은혜 후보 측 주장이었다.
우한코로나 사태와 국회 공전을 두고도 김은혜 후보 측은 “그러면 여당을 왜 하느냐”고 반박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의 책임을 외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한코로나를 통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70년대 만든 국민건강보험과 방역을 맡은 의료진, 국민들의 위대함 덕분이지 문재인 정부의 공이 아니다”며 “섣불리 우한코로나 종식 운운해 사태를 키운 정부와 여당이 이제 와서는 자기네 공적으로 돌리는 게 문제”라고 김은혜 후보 측은 지적했다. -
혼전 양상에 여야 지도부 출동…김은혜 “김병관 후보, 긴장했다”
- ▲ 지난 11일 분당중앙공원에서 열린 통합당의 김은혜·김민수 후보 공동유세 때 지지를 호소하는 김종인 위원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혜 후보 측은 “김병관 후보 측에서는 우리더러 갑자기 이곳에 출마했다고 강조하는데 분당 갑은 당초 보수우파의 텃밭이었다”면서 “통합당 지도부는 잃어버린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당내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김은혜) 후보를 공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결을 보여주듯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 뒤치락이다. 중앙일보와 지역 매체 등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병관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15%까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9일 문화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39.3%)가 김병관 후보(38.9%)를 오차범위 내인 0.4%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분당 갑은 여야 간 최접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12일 김진표 의원, 표창원 의원 등을 분당 갑으로 보내 지지 유세를 펼치게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미 김병관 후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이를 두고 김은혜 후보 측은 “김병관 후보와 민주당이 긴장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은혜 후보가 분당 갑에 공천됐을 때는 자금력이나 인지도 등에서 쉬운 상대라고 생각했다가 지난 열흘 사이에 지지도가 급격히 오르자 놀란 나머지 당 지도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유승민 의원, 박형준 통합당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이달 초 분당 갑에서 김은혜 후보 지지 유세를 펼쳤다. 특히 김종인 통합당 선거총괄대책위원장은 김은혜 후보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1일과 9일, 11일 분당 갑에 와서 김은혜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9일 분당 야탑역 광장에서 “이 지역에서의 승리는 수도권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김은혜 후보가 분당 갑 국회의원이 되면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당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김은혜 후보 당선돼야 수도권 과반 확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분당 중앙공원의 김은혜·김민수 후보 공동 유세에서는 “여러분의 한 표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면서 “현명하신 분당 유권자들을 믿는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병관 후보 이전 우파의 텃밭이었던 분당 갑을 탈환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통합당 관계자의 평가였다.
김은혜 후보 측은 “상대측이 우리 쪽을 흠집내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본격적인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며 “그러나 저희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지역민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질 수 있다는 진심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묵묵히 온몸을 던져 총선 승리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