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간부 인사·직제개편 때 내부통신망 공개 비판·줄사표 없어… 경찰권력 비대화·국민 피해 이유?
  • ▲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윤 기자
    두 명의 법무부 장관, 두 차례 단행된 검찰 인사, 검찰 직제개편안, 검찰개혁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 수사권 조정안). 지난해 서초동을 달궜던 이슈들이다. 이 중 검찰개혁안의 한 축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검찰 내 잡음이 이어진다. '진정한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경찰 권력만 비대해져 국민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시발점은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라온 글이었다.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검사(법무연수원 교수)는 지난 14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다음 날이다. 이 글에는 검사들의 옹호 댓글이 이어졌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제개편안 등 각종 이슈에도 집단 반발하지 않던 검찰 조직이었다. 이같은 기현상을 두고 법조계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유독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경찰 권력 비대해진다"… '정보경찰' 문제는 그대로

    우선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경찰이 정보권도 가진 상황에서, '수사 종결권'까지 가지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 종결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우리 사회와 경찰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상 '수사 종결권 부여'는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 권력' 문제로 이어진다. 그동안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 검찰은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시행 이후, 경찰은 향후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불기소) 판단하면 수사를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위증, 허위감정, 증거인멸, 무고 등 부분에 대해서만 보충 수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된 셈이다. 단,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의 관계자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검사가 경찰 수사 전체를 지휘하는'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찰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4월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권에 전달한 이유다. 이전부터 '실효적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폐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정보경찰'이 도마에 오른다. 전국의 정보경찰은 3000여명으로 알려진 상황, 검사 수(2000여명)와 비슷한 규모다. 여기에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된다. 사실상 인지수사를 못하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인지 수사도 가능하다. 정보수집 기능을 가진 경찰이 수사권까지 갖는, '무소불위' 권력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전체 경찰 숫자는 약 12만명이다.

    진보진영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주축인 '정보경찰폐지 인권시민단체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부터 경찰권력의 인권 침해를 우려했다. 이 단체는 '정보경찰이 사찰행위를 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해왔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 정권의 통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김웅 검사 역시 14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습니까? 수사권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께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닙니까"라며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닙니까? 그래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인가요"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이 글을 올리는 동시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직접수사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반면, 경찰은 금융범죄수사부·마약관련수사부 등 수사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수사 종결권까지 주면 '경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특히 경찰은 법적인 자격이 없는 만큼 '전문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권에서는 검경 수사권이 통과되고 나니 '이제는 경찰개혁안'이라고 주장한다"며 "'경찰개혁안'도 같이 할 생각이었으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만들어서 (국회에서) 통과시켰어야 했다"고 했다.

    ② 결국은 '국민 피해'… "엄청난 횡포 있을 수 있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는 곧 '국민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경찰이 견제받지 않는 채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유지와의 유착 문제, 사건 청탁 및 금품 수수 등의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에 한해서다.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 등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결국 일반적인 사건 대부분의 경우, '경찰이 자체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문제는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더 피곤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검사들이 권위와 밥그릇이 뺏긴 상황에서, 경찰이 국민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가령 통제 없이 (경찰이) 멋대로 수사를 개시했다가 종결하니, 입건과 비슷하게 처리했다가 금품을 받고 '혐의없음'이라고 끝내는 경우 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지역 유지와의 유착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한다.

    서울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결국 국민들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라며 "실질적으로 고위직, 돈 많은 사람들보다는 일반 사람들이 경찰 수사를 많이 받게 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웅 검사의 글에는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합니다. 이른바 3불법입니다.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이런 법안들은 왜 세상에 출몰하게 된 것일까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③ 정치적 문제?… 文 정부-경찰 VS 검찰

    현 정부와 검찰 간의 역학 관계도 이유로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길들이기' 방법 중 하나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검찰개혁'을 주장했다. 문 정부 출범 이듬해 6월 21일,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합의했다. 이후 검찰과 여권 등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정보경찰, 자치경찰제 등의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대체로 '원안 그대로' 유지됐다. 검찰이 낸 수정 항목 10개 중 절반도 채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속도조절'과 '보완'을 하기로 한 이면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검찰이 문 정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낸 점도 주효했다. 윤석열(60·사법연수원23기) 검찰총장 임기 시작(2019년7월) 이후 정부 관련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됐다.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의 일가 비리 수사가 지난해 8월 먼저 시작됐다.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등 수사도 이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검찰개혁안을 정부가 밀어붙이니 검찰도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여' 성향을 보이는 경찰 인사의 총선 출마 소식도 이에 힘을 보탰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은 지난 15일 "오는 총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12월 청와대가 건넨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문건'을 토대로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문제에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다.

    실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에게서 뺏은 권한을 경찰에 다 주는거라고 보면 된다"며 "조정안 수정하면서 하기로 했는데,  정부 관련 수사를 하는 검찰 의견은 결국 많이 반영 안 되지 않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조심스레 "정권 입장에서는 경찰을 다루기 더 쉽지 않겠는가"라고도 했다.

    ④ '밥그릇' '권력 나누기' 싸움 분석

    '검찰이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에 반발한 것 아닌가'라는 분석도 물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검찰 권한이 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내용 중 수사종결권, 기소독점주의 약화 등과도 연관된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시키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 검찰에 송치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부터 '기소 권한을 독점한' 검찰 역사와 반대된다. 검찰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검사들은 권위는 물론, 자신들의 밥그릇까지 뺏긴 상황" "검찰은 직접수사부서를 줄이는 반면,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광역수사대 등 직접수사 인력을 확대하니 결국 '힘이 빠진' 모양새" 등의 법조계 의견이 나온다.

    논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법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검찰청법 등 두 가지다. 문 정부는 2018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들 법안은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1년' 사이다. 시행 일자 등 절차는 향후 새 대통령령을 통해 정해진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은 설 명절 이후 새 대통령령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