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변호사법위반 등 공소사실 모두 무죄…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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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54·사법연수원 19기) 전 법원행정처 수석·선임 재판연구관이 1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유해용(54·사법연수원 19기) 전 법원행정처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부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과 관련해 내린 첫 판단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3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재판연구관의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6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늘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의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은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유 전 재판연구관은 △양승태(71·2기)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은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소송 진행상황을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알려주고 △대법원 등 법원 내부 문건을 2018년 퇴임 뒤 자신의 변호사사무실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 전 재판연구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변호사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서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 인정 안 돼"재판부는 "먼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을 함께 설명하겠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하급자에게 문서 작성을 지시해서 이를 임종헌 당시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종헌 차장이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또는 사법부 외부의 설명불상자에게 제공했다는, 즉 '임종헌 차장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공공기록물관리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도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혐의와 관련) 증거능력이 없거나 이 부분 공소사실이 부족한 부분 외에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파일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설령 피고인이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작성한 파일을 변호사사무실에 보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그러면서 "관리 실태 등을 비춰볼 때 법에서 규정하는 공공기록물로 보기 어렵고, 인식이나 위반 유출 등을 보면 범의(犯意)가 피고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검찰이 기소할 때 낸 출력물이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업무수행을 하던 과정에서 관리하게 된 출력물과 같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개인정보보호법을 두고 재판부는 "안에서 밖으로 흘러 내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정보가) 밖에 나가 있는 상태라면 개인정보가 장소적으로 이전된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되는 유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연구관의 진술 등과 피고인의 이력, 상고심 사건 처리 경과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유출한 사건 기록이) 직무상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된 사건으로 보기 힘들기에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공소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한 재판부에 감사하다"유 전 재판연구관은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내릴 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선고 직후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준 재판부에 깊이 감사한다"며 "더욱 정직하게 겸손하게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아쉽거나 검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판결서를 보지 못해 나중에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의 위법수집증거, 수사 방식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유 전 재판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선임재판연구관을, 2016년 2월부터 1년간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다. 2017년 2월~2018년 2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관직에서 물러났다.한편 재판부는 이날 유 전 재판연구관 측이 주장한 '위법한 압수수색'에 대해 사실 일부를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영장 허가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압수수색에 관해서는 증거조사 결과 검사가 피고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영장에 의한 범죄, 수색 제한을 벗어나서 수사한 사실과 새로운 별건사실을 수집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현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 등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