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예규 1조 "중대사안 처리 위해 한시적 운용" 규정… '강력반발'로 해석될 여지는 있어
  • ▲ 8일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를 두고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성원 기자
    ▲ 8일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를 두고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성원 기자
    추미애(61·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장관이 결국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8일 저녁 기습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의 손발이 다 잘린' 인사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이다. 이날 오전부터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인사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터였다.

    '친문' 인사들은 대거 수사지휘 라인으로 옮겼다. 문재인(66) 대통령의 대학 동문 이성윤(59·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심재철(51·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반면 '윤 총장 참모들'은 한직으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총지휘한 한동훈(48·27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55·26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 제주지검장으로 물러났다. 

    당초 대검찰청은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조국 일가 비리'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수사 방해'라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기 2년의 검찰총장을 자르지는 못하니, 참모들을 한직으로 발령내면서 사실상 윤 총장에게 나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윤 총장 마음대로 수사를 못하게 막겠다는 의미"라는 등의 말도 나온다. 

    ① "그대로 남는다"… 직접 보고받고 지휘할 가능성

    우선 윤 총장이 곧바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사퇴를 미룰 것'이라는 의견이다. 검찰총장 직을 유지하면서 직접 보고받고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행법상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업무의 총책임자다. 

    검찰청법 제12조 1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했다. 동법 제7조도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다만 현 정권 관련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은 크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 등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수사지휘 라인'으로 갔기 때문이다. 기존의 수사팀 구성원을 바꿀 수도 있다. '수사를 덮을 수는 없어도 진행이 늦어진다'는 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이 법에 따라 직접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지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이 사표까지 내겠는가"라며 "박근혜 정부 때 좌천돼도 사표를 안 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사람(검사)들을 두고 나오지는 않을 것 같고, 현 정권 수사를 지휘하며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 역시 "이번 인사는 윤 총장에게 '나가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라기보다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며 "그동안 보인 모습으로는 윤 총장이 바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 특별수사팀 꾸려 측근 다시 부르나… "전례 없는 강한 반발"

    두 번째 선택지는 '특별수사팀 구성'이다. 윤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현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

    그 근거는 검찰청법, 대검찰청 예규 등이다.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 운영 지침' (대검 예규)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대검에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별수사·감찰본부를 한시적으로 설치, 운영할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1조)'에 한해서다.

    이 지침 2조 4항에는 '검찰총장은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요청하는 검사 등 필요한 인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은 고등검사장 또는 검사장이다(2조). 3조에 따르면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은 검찰총장이 명한 사건을 수사·감찰하고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은 그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특별수사·감찰본부의 위법 또는 부당한 활동에 대해 검찰총장은 서면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특별공조·동원 및 동시수사활동지침(대검 예규)'도 있다. 이 지침은 '검찰총장이 특별공조·동원 또는 동시수사를 명한 사건 등에 한해 각 검찰청 간 공조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때 대검찰청 지휘 또는 조정에 의해 수사나 내사가 실시된다.

    다만 법무부가 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은 다분하다. 특수팀의 검사 구성은 '파견 형식'이기 때문이다. 설령 윤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한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부른다고 해도, 법무부가 한 부장검사를 다시 보낼 수 있다. 앞서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비리를 수사한 검사도 서울남부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파견된 상황이었다. 이 검사는 법무부의 요구로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기 전에 복귀했다.

    이 시나리오는 '윤 총장의 강한 반발'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말이다. 때문에 윤 총장이 현 정권과 관련해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한다면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는 메시지라는 말이 나온다.

    ③ 尹 결국 사퇴 카드?

    마지막, 사퇴 카드도 있다. 수사를 지휘한 '참모'들이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힘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사퇴 시점을 두고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인사 단행 시기와 맞물려 바로 사퇴하거나, 특별수사팀을 만든 뒤 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

    현행법상 정부가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결정할 수는 없다. 참모들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하면서 윤 총장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사실상 윤 총장에게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A 변호사)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B 변호사) 등의 법조계 의견도 있었다. 때문에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행법상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윤 총장의 임기는 2019년 7월 시작됐다.

    먼저 13일 인사 단행 시기와 맞물려 윤 총장이 사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윤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놓고, 이 팀이 와해될 무렵 사표를 낼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정권 관련 수사를 어느 정도 매듭지어놓고 물러선다는 관측이다.

    한편 법무부는 8일 저녁 7시30분쯤 대검 검사급 검사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32명 중 고검장급 5명, 검사장급 5명 등 총 10명이 신규 보임됐다. 전보된 인사는 22명이다. 추 장관은 이번 인사 발표 전,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청법 34조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