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배달, 담배꽁초' 민노총은 놔두고 범투본만 탄압…“소송 등 법적 대응 나설 것”
  • ▲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범투본 측에 내년 1월 4일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과 효자파출소 인근 등에서 집회 금지를 통고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사진은 청와대 사랑채 앞 범투본의 노숙 농성 현장. ⓒ정상윤 기자
    ▲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범투본 측에 내년 1월 4일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과 효자파출소 인근 등에서 집회 금지를 통고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사진은 청와대 사랑채 앞 범투본의 노숙 농성 현장. ⓒ정상윤 기자
    경찰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사랑채 앞' 집회 금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의 노숙농성이 83일째 이어진다. 이들은 지난 10월3일 개천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진 뒤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이곳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청와대사랑채 앞에서는 범투본의 노숙농성에 앞서, 지난 여름 민노총이 약 두 달간 노숙농성을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인근 주민들이 경찰에 민원을 넣은 바 있어, 경찰이 민노총과 범투본을 차별한다는 비판과 함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경찰, “1월4일부터 집회 금지”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범투본 측에 내년 1월4일부터 청와대사랑채 앞과 효자파출소 인근 등에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경찰은 2016년 12월 법원이 청와대 100m 앞까지 집회를 허용한 이후부터 청와대사랑채 앞 집회를  허용했다. 집회를 금지당한 사례는 2018년 12월 노동당과 2019년 1~2월 전국공무원노조 등 두 단체뿐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30m 떨어진 청와대 분수대 앞에 집회신고를 냈다 금지당했다. 

    경찰은 범투본 집회에 대한 금지 통고의 근거로 '인근 서울맹학교와 주민들의 탄원서'를 내세웠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지역에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거나 △학교 주변에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거주자나 관리자가 보호를 요청하면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지난달 수십 장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달 초에도 학부모와 주민 약 320명이 경찰에 추가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경우 앞을 볼 수 없는 학생들이 집회 때문에 보행교육을 받을 수 없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불편 피해를 겪고 있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음식쓰레기 따위의 무단투기와 노상방뇨 등도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범투본 집회만 막은 경찰…“민노총 집회에는 아무 제제 없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여름 민노총 노숙농성에 대해서도 민원을 제출했다. 당시 민노총 노숙농성 참가자들은 야간에 길에서 치킨과 맥주를 배달시켜 먹거나 동네에 '임시 흡연장'을 만들어 담배꽁초를 수북하게 쌓아놓기도 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행정관까지 만나가며 시정을 호소했지만, 당시 청와대 측은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2017년 8월에도 집회를 막아달라며 탄원서를 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어떤 집회로 정확히 어떤 피해를 받는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며 "이번에 접수된 탄원서는 법적 요건을 갖춘 데다 범투본 측이 야간집회를 하지 말아달라는 경찰과 주민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경찰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투본 측은 경찰이 민노총과 자신들을 차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회에 참석 중인 장준성 목사는 "경찰은 청와대 앞 효자로 인근에서의 집회를 금지했는데, 우리(범투본) 근처에 있는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제가 없다"며 "인근 주민분들 중에서도 우리가 나라를 구하고 있다며 응원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경찰은 왜 우리에게만 집회를 금지하는가.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말했다.

    범투본 관계자는 “경찰과 맹학교, 인근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집회시간도 바꾸고 소리도 낮춰 진행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실제로 야간에 와서 우리 집회를 들어보면 전과 비할 수 없이 굉장히 조용한데도 탄원서를 핑계로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투본 관계자는 이어 “우리 집회에 함께하시는 변호사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소송을 걸고 할 수 있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집회현장을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범투본의 집회에 대한 서울시와 종로구의 압박도 이어졌다. 시와 종로구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 노숙농성에 사용되는 시설물을 ‘자진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종로구는 이뿐만 아니라 효자로 인근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한 데 따른 변상금 1776만원을 부과하겠다는 통지서를 범투본에 보내기도 했다.